소비경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9월부터 백화점 매장이 썰렁해지기 시작, 올들어 처음으로 매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감소하는 결과(산자부 발표)를 낳았다. 경기의 바로미터인 신사정장 매출은 9,10월 두달째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었다. 전자제품 매장이 몰린 전자상가와 재래시장도 월드컵 이후 감소한 매출을 되돌리는데 역부족이다. 이들 점포에선 일찍 찾아온 추위 덕분에 고가 겨울의류나 난방용품 등을 팔아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만 유일하게 두자릿수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 백화점 경기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사정장 매출은 9,10월 두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0월 신사복 매출이 2∼3% 감소했고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신사복 매출이 작년 같은기간보다 줄어들었다. 현대백화점 신사복 담당 정재욱 바이어는 "월드컵 이후 시작된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지난달엔 영업일수가 많았고 하순께부터 겨울의류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도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신장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여성복 매출도 제자리 걸음이다. 백화점들은 이에따라 "연간 매출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롯데와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매출(기존점 기준)이 10% 안팎으로 늘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는 추위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들 백화점의 지난 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1% 떨어졌었다. 롯데백화점 영업기획팀 오갑열 과장은 "지난달 영업일수가 작년 10월보다 이틀이나 많았고 겨울상품 매출이 일찍부터 호조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실적이 나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가가 높은 모피 등 겨울 의류 판매 호조와 함께 가격 인하 효과가 뒤늦게 나타난 PDP TV 등 고가 가전제품 매출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 재래시장 겉으로는 다소 붐비는 듯 보이지만 실제 장사는 신통치 않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남대문시장에서 점퍼장사를 하는 김명헌씨(35)는 "일찍 닥친 추위덕에 매출이 반짝 늘기는 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시큰둥했다. 겨울 의류 매기가 요즘 시장을 먹여살리는 유일한 젖줄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인삼과 건강식품을 파는 이순덕씨(42)는 "월드컵 이후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요즘은 근근이 입에 풀칠하는 정도"라고 푸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오미자씨(39)도 "주변에 장사 잘된다고 말하는 상인들이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 전자상가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올해초 30% 정도로 예측했던 매출신장률이 10%선에 그치고 있다"며 "월드컵 때 대형 TV 등 일부 품목이 호조를 보인 덕택에 간신히 수지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가전제품과 함께 PC제품 매장에도 손님이 뜸하다. 부품값이 오른데다 계절적인 비수기까지 겹친 탓이다. 용산 선인상가에서 컴퓨터를 판매하는 박홍열씨(29)는 "요즘은 PC업그레이드를 문의하는 고객마저 뜸한 편"이라고 밝혔다. ◆ 할인점 생필품,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 장보기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할인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10월초 백화점 세일 여파로 주춤하던 매출이 중순 이후 겨울용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점포별 매출 신장률이 15%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인균 신세계 상무는 "경기가 안좋으면 소비패턴이 합리적으로 변하는 까닭에 할인점에는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류시훈.송형석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