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003년 봄.여름 SFAA 서울컬렉션"이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3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내렸다. 토요일에 김태각 설윤형 한혜자 최연옥 루비나씨가 나선데 이어 마지막날인 3일에는 임선옥 박항치 박윤수 박동준씨가 대미를 장식했다.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패션업계 종사자와 일반인을 더해 4만여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컬렉션에서 두드러진 경향을 정리한다. ◆여유로운 실루엣,아찔한 노출 헐렁하고 편안한 실루엣의 '오버사이즈룩'이 압도적이었다. 진태옥 최연옥씨 등은 소매가 손등을 덮는 길이의 웃옷이나 품이 넉넉하게 남아도는 원피스를 선보였다. 여성들의 대담해진 패션감각을 반영하듯 치마는 훌쩍 짧아졌다. 박항치 설윤형 박윤수씨 등은 일제히 엉덩이에 간신히 걸쳐지는 핫팬츠를 선보였다. 무릎까지 끈을 X자로 감아 묶는 하이힐 샌들도 많이 등장했다. 긴치마나 긴바지라도 옆트임을 길게 넣어 다리선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많았다. 톱이 가슴만 가릴 정도로 작아지면서 '배꼽'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장식품으로 '사용'됐다. 등을 V자로 파서 허리께까지 내리거나 끈 몇개로 얽어 시원하게 드러낸 디자인도 많았다. ◆화려하게 자유롭게 로맨틱하게 내년 봄 여름에는 미니멀리즘은 잠시 잊어도 될 것 같다. 대다수 디자이너가 시폰 등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로 하늘거리는 실루엣을 그려냈고 크고 작은 러플을 달아 찰랑거리는 율동감을 표현했다. 손질을 덜한듯 자연스러운 마무리도 특징. 타잔의 여인 제인의 옷처럼 치마단을 불규칙하게 찢어 만들거나 바지나 치마 끝단 올을 그대로 풀어두기도 했다. 컬러도 어느 때보다도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분홍 연두 하늘색 같은 알록달록한 캔디컬러나 여러 색상을 겹쳐쓴 화려한 멀티컬러가 맹위를 떨쳤다. ◆손맛이 깃든 정교한 디테일 핸드스티치 펀칭 패치워크 등 수공이 많이 들어간 점도 주목된다. 이상봉씨는 천을 땋듯이 꼬았고 루비나씨는 털실을 촘촘히 직조해 독특한 질감을 표현했다. 상의 옆선을 스트링(끈)으로 잡아당겨 셔링을 넣은 디자인이 거의 대부분 쇼에서 등장했다. 바지의 경우 전체에 오글오글 셔링을 잡거나 카고팬츠를 변용한 주머니 장식,바지 끝단에 벨트장식을 달아 졸라맨 스타일 등이 대거 선보였다. ◆가죽의 인기 가죽으로 만든 톱,핫팬츠,민소매 원피스 등이 다수 무대에 올랐다. 가죽이 여름 소재로도 자리잡은 분위기. 진태옥씨는 가죽을 샌드페이퍼로 얇게 깎은 뒤 염색과 재염색,탈색을 거쳐 종잇장처럼 얇고 부드럽게 가공해 새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가죽을 레이스나 시폰 등과 매치시킨 시도도 있었다. 화이트컬러가 대거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글=김혜수 기자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