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산업은 전.후방 주력 기간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큰 데다 정보기술(IT) 생물기술(BT) 초미세기술(NT) 환경기술(ET) 등 신산업의 기술적 디딤돌이 되기 때문에 한 나라의 기술과 제조업 수준을 한눈에 보여주는 잣대로 불린다.


그러나 국내 부품.소재산업은 기술 수준이나 업체 규모에서 선진국에 턱없이 뒤떨어져 있다.



기술경쟁력의 경우 설계기술 신제품개발 신기술응용 등 핵심 기술수준이 선진국의 70%를 밑돌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부품과 일반 전자부품이 70%선에 턱걸이하고 있을 뿐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66%)와 정밀기기부품(60%)은 60%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력을 상징하는 항공기부품은 50% 안팎에 맴돌고 있다.


기술의 해외 의존도도 심각하다.


조선기자재 부품과 정밀기계 부품은 수출비중이 10%선인데 비해 수입 의존도는 30~40%나 된다.


특수 소재인 파인세라믹스와 항공.우주부품도 수입 의존도가 50~70%대에 달한다.


반면 국내 부품.소재기업들의 기술개발 투자는 빈약하기 그지 없다.


종업원 1백명 이상인 업체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액이 매출액의 2%를 넘는 기업은 40% 가량에 불과하다.


특히 R&D 투자가 매출액의 1%도 안되는 기업이 전체의 3분의 1이나 됐다.


기업규모도 영세하다.


일례로 국내 자동차부품업체의 98% 이상이 중소기업이며 이들의 전체 매출액이 미국의 세계적인 부품사인 델파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자부품과 철도차량부품 정밀기기부품 분야에서도 중소기업이 90% 이상이다.


NT.EM 인증마크를 받는 제품 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도 열악한 국내 기술개발 환경 탓이라고 볼수 있다.


실제로 NT 인증건수는 지난해 83개로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최근 9년간 연 평균 40~50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EM 인증신청도 96년 3백91개를 정점으로 2000년까지 감소세가 이어졌으며 인증을 받은 사례도 98년 이후엔 해마다 1백개 미만이다.


이는 결국 만성적인 로열티(기술료) 적자로 귀결된다.


80년 이후 한번도 로열티에서 흑자를 내지 못한 것은 물론 적자액이 연간 20억달러를 웃돈다.


2000년 한국의 기술 수출이 고작 2억달러에 그친 반면 기술 수입은 30억달러에 달했다.


더욱이 휴대전화 공작기계 산업용로봇 등 고부가가치 수출제품은 핵심부품의 50~80%를 수입품에 의존한다.


이와 함께 부품.소재 산업이 전체적으론 무역흑자를 내고 있지만 대일(對日) 적자는 매년 1백억달러에 이르는 형편이다.


물론 반도체 등 국내 산업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원천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아 잠재 성장력이 둔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BT IT 등을 신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들 산업도 결국은 기초과학의 토대 없이는 발전이 어렵다.


이공계 기피 풍조를 해소하고 연구개발의 저변을 확대하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때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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