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지방공기업들은 구조조정과 대대적인 경영개선 작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실을 면치 못하고나타났다. 30일 행정자치부와 각 자치단체, 시.도의회 등에 따르면 전국의 지방공기업들은IMF 사태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등을 통해 부실해소에 나서 일부 공기업들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여전히 부채에 허덕이거나 방만한 경영을 계속해 `부실덩어리'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공기업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특히 몇몇 공기업들은 무원칙적인 방만 경영으로 1년에 수백억원이 넘는 예산을낭비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해마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별다른 조치없이 운영되는 공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감사원 및 각 자치단체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일부 공기업들은 형식적인 모양만 갖추거나 취지에 역행하는 `눈가림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슬그머니 인원을 증원했다가 부적정한 조직 및 인력관리 사례로 적발돼 관련 공무원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방만 경영 및 편법 운영 실태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공기업조사소위는 지난 8월 남원의료원, 군산의료원,전북개발공사 등 3곳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한 감사를 실시, 무원칙한 방만 운영으로모두 200억원에 가까운 혈세가 낭비된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 결과, 군산의료원은 지난 98년부터 520억원을 들여 의료원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예정가 대비 91.43%를 투찰한 D사와 계약을 체결, 조달청을 통한 평균낙찰률80%를 대입할 경우 최대 41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데 이어 4차례의 설계변경과 용역남발, 도로개설 등으로 수십억원의 추가 손실을 발생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남원의료원도 526억원이 투입된 의료원 신축과 관련, 예정가 대비 99.2%를 써낸K사와 계약을 체결, 조달청 평균낙찰률 반영 대비 최대 91억여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밝혀졌으며 비슷한 시기 공사가 진행된 다른 공기업은 물가변동에 따라 계약금을낮춘 것과는 달리 두차례에 걸쳐 공사비 33억원을 증액, 특혜 의혹도 사고 있다. 또 의정부의료원은 지난 99년 11월 경기도로 부터 병상 신증축 및 주차타워 설치비 명목으로 29억여원의 지역개발기금을 융자받았으나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5개월여만에 투자금을 회수조치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경기도, 평택시와 민간기업 등이 공동으로 설립했으나 경기도가 별도로 `평택항개발사업단'을 구성, 파견하는 바람에 부두건설.운영관리, 항만운송.하역사업 등 당초 전담키로 한 전반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부두이용료만 받는 단순 부두임대업체 기능만 하는 `허울'뿐인 공사로 전락한 상태다. 인천의료원은 올해 들어 간호지원팀 19명과 사무직 18명을 근속승진시켜 인건비2500만원을 과다지급했을 뿐만 아니라 의원 개설만 한 채 실제 병원운영도 하지않는전문의를 개방의로 편법 고용, 2000여만원씩을 진료비로 지급하는가 하면, 법정기준을 무시하고 간호사 28명을 초과채용했다가 적발됐다. 부산시 환경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다대 소각로 소각시설에 대한 연간 중단일수를 감안하지 않고 연 325일 운용토록 무리하게 협약을 체결, 노후화 진행에 따른 대체시설 관련대책을 소홀히 하고 불량사항을 조치하지 않는 등 시설물 유지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드러나 시정.주의조치와 함께 20명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충남도 공주의료원은 도 자체감사에서 ▲장례식장 운영 위탁계약 부적정 ▲각종공사 등 계약추진 부적정 ▲접대비 집행 부적정 ▲진단용 시약 관리 소홀 ▲입원실 병상 무단증설 부적정 등 12건이 적발돼 개선명령과 함께 공무원 4명이 문책을 받았다. ◇적자 누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 충남도에 따르면 도내 4개 의료원은 적자가 99년 11억원, 2000년 45억원, 2001년 35억원 등으로 한차례도 이익을 내지 못했고, 농수축산물 가공.판매를 위해 설립된 중부농축산물류센터도 적자가 1999년 28억원, 2000년 96억원, 2001년 77억원 등으로 해마다 손해를 봤다. 이에 따라 각 광역단체 산하 지방의료원 손실액은 98년 총 20억원에서 99년 73억원, 2000년 280억원, 2001년 409억원 등으로 3년만에 20배 이상으로 증가함으로써거의 파산지경에 이른 것으로 행자부 집계에서 밝혀졌다. 특히 전국 102개 지방공사.공단의 총부채는 지난해 8조2천127억원으로 2000년 6조4천478억원보다 무려 1조7천648억원이 증가했는데, 이중 서울.인천.대구지하철 등4개 지하철공사는 작년 매출액 1조723억원인 데 비해 순손실 8천78억원, 부채 5조1천924억원으로 전체 지방공기업 가운데 최악의 재정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전국 11개 지방도시개발공사는 매년 9천억원 안팎이던 매출액이 2001년1조3천여억원으로 늘었으나 2000년 1조3천여억원 수준이던 고정부채가 2001년에 2조3천여억원으로 1조 이상 늘어 빚을 얻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우수 공기업 사례 이렇게 경영이 방만하게 이뤄지는 지방공기업이 있는 반면 적절한 `몸집 줄이기'와 투명한 경영으로 적자를 흑자로 돌려 우소공기업으로 선정된 곳도 적지 않다.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은 장례식장인 영락공원의 종합장례서비스 구축과 장례서비스.문화 개선, 투명 경영혁신 등으로 행정자치부 등이 주관한 `제2회 지방자치단체개혁박람회'에서 285개 응모 사례 가운데 전국 공기업에서는 최초로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전국 33개 의료원 중 유일하게 기초단체인 목포시가 100% 출자한 목포의료원은심각한 노사갈등으로 존폐 위기를 겪었으나 노조원들이 야근수당을 자진반납하고 병원측도 긴축경영에 나서 지난 2000년 6억원에 달했던 적자폭이 2001년에는 절반으로줄고 올해는 상반기 가결산 결과 2억6천만원의 흑자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의료원은 지난 97년엔 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원장 공채 이후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 등을 통해 98년부터 흑자로 전환돼 지난해에는 1천900만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기도 했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김광호.박성우.심수화.윤석이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