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 발상지인 인도 갠지스강 유역 비하르주 바라우니 정유단지. 인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이곳에 정유단지가 들어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뉴델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을 날아 비하르 주도인 파트나에 도착한 뒤 다시 좁고 울퉁불퉁한 2차선 포장도로를 3시간 넘게 달려 현장에 도착했다. 30여년 전 러시아가 건설했다는 바라우니 정유단지에 유난히 산뜻한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삼성엔지니어링이 99년 인도 국영석유공사(IOCL)로부터 수주해 지난 8월 완공한 설비다. 벙커C유를 다시 걸러 고부가가치 제품인 LPG 가솔린 경유를 생산하는 FCC공정과 경유 탈황설비인 DHDT공정으로 구성된 시설이다. 두 시설의 하루 처리량은 2만3천배럴로 발주처에 최종 인도를 앞두고 시험 가동이 한창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이 설비를 건설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오지인 탓에 모든 것을 비하르주 밖에서 조달해 수행한 공사였기 때문이다. 수주에 뛰어든 경쟁업체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난공사였다. 박성국 현장소장은 "인프라가 워낙 열악해 무게 3백t,길이 50m,지름 11m의 대형 정제탑을 바지선에 실은 뒤 갠지스강을 거슬러 7백㎞나 실어날라야 했다"면서 건설 당시의 '무용담'을 전했다. 덕분에 당초 28개월로 잡아놓았던 공사기간을 5개월이나 단축시킬 수 있었다. 박 소장은 "현장 직원들에게 안전화를 지급했는데 아낀다고 집에 '모셔놓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며 "직원들에게 안전화를 착용케 하는데만 1년이 걸렸을 정도"라고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열악한 조건의 인도시장을 노크한 것은 지난 97년. 인도 국영석유화학공사(IPCL)에서 저밀도 폴리에틸렌 공장을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 중서부 구자라트주의 다헤즈 석유화학단지 가스제조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지난 9월 초에는 유럽과 일본의 쟁쟁한 업체들을 따돌리고 IOCL로부터 선형 알킬벤젠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허인혁 현장총괄 상무는 "외환위기 직후 꽁꽁 얼어붙었던 동남아시장을 대체해 인도를 주력시장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현지 전문가를 두고 일찌감치 인도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인도에 서둘러 진출한 것은 정유 석유화학 가스 등 플랜트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을 간파했기 때문. 인도 정부에 따르면 정유플랜트 시장의 수요는 지난해 1억t이었으나 오는 2006년에는 1억7천만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회사 오종남 뉴델리지점장은 "중산층이 크게 늘어나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지난 2000년 4천8백만t이던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2005년 7천2백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석유화학 플랜트의 신·증설도 늘어날 전망이다"고 전했다. 바라우니(인도)=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