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선을 앞두고 불어닥치는 정치바람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주주이자 고문이었던 정몽준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행여나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지난 27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발언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현대중공업은 일단 이 전 회장의 발언을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28일 언론사에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98년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은 사법당국도 현대중공업의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명했었다"며 "당시 계열사주식거래는 그룹 결정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특히 이 전 회장이 그룹의 금융부문을 지휘하며 2000년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며 이 전 회장측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고민은 이러한 해명과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과 정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의혹이 사라지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정 후보가 보유하고 있던 836만주, 11%의 지분을 은행에 신탁하고고문직도 내놓는 등 회사와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데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실제 정 의원의 대선출마가 가시화되면서 회사 주변에서는 계동 사옥에 선거준비를 위한 사무실이 마련돼 일부 직원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설'(說)들이 나돌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측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설들이 현대중공업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 연초 한때 3만6천원 이상으로 올랐던 이 회사 주가는 최근 연초 가격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 1만8천원대까지 추락, 종합주가지수나 동종업계의 주가 하락폭에비해 낙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세계 경기침체로 조선업계 전반이 수주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에 불어닥치는 '정풍'(政風)은 해외수주시 중요한 대외신인도의 손상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후보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수주확대와 고부가선박개발에만 몰두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자꾸 터져나와 곤혹스럽다"며 "전에도 그랬었지만 앞으로도 현대중공업이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규모 11조8천930억원, 세계시장 점유율 20%에 이르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중공업 전문그룹 현대중공업이 본업과 무관하게 불어닥치는 정치바람을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낼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