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위해 비주력 사업을 중소 협력 업체에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필립스디스플레이(LPD)는 FBT(고압변성기)사업을 LG전자 시절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품업체 정우전자에 일괄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정우전자는 지난해 LPD의 경북 구미 공장에 있는 FBT라인을 가져간 데 이어 중국 베이징과 인도네시아에 있는 LPD의 2개 FBT 생산공장을 3백80만달러에 일괄 인수키로 하고 최근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FBT인수인도에 합의한 것은 브라운관에 집중하기 위해 비주력 부품 사업 일체를 매각 또는 분사하고 있는 LPD와 해외 생산및 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정우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한때 협력관계였던 삼화전기에 전해콘덴서 사업을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엔 삼화고분자(삼화전기와는 관계없는 회사임)에 연매출 70억원 안팎인 세라믹필터 사업을 매각키로 하고 MOU를 체결했다. 삼화고분자는 신설법인을 설립해 이 사업을 인수하는 한편 13명의 삼성전기 임직원도 주주로 참여시킬 방침이다. 삼화고분자는 지난 96년부터 중국 옌타이에 공장을 세워 삼성전기로부터 주문받은 세라믹필터 임가공을 전문으로 해온 협력업체다. 협력업체로의 사업 매각은 대기업으로선 비주력사업을 큰 잡음 없이 떼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는 데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큰 거래처를 장기적으로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안전한 사업 확장책이 된다. 기아차의 경차 생산 부문을 인수한 동희산업의 경우 신설법인인 동희오토를 설립하면서 기아차로부터 35% 지분투자를 받고 연구개발과 조달업무도 지원받기로 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안정적인 사업이긴 하지만 주력분야가 아닌 관계로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경우엔 협력업체에서 인수 의사를 전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협력업체로의 사업매각은 고용보전율이 높은 데다 주요 거래선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파는 입장과 사는 입장 모두 '윈-윈'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