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올해 결산때부터 재무구조개선 적립금을 10%씩 의무적으로 쌓게 하면 은행권의 이익은 이 부분에서만 약 7천억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물론 이 적립금은 은행들이 나중에라도 적자를 내게 되면 쓸 수 있는 사내 유보금이다. 대신 주주에 대한 배당 여력은 적립금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이후에도 계속 이익을 낸다면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는 쌓아나가야 한다. 감독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단순자기자본의 5.5%가 될 때까지 이 명목으로 이익금을 유보토록 하고 있다"고 말해 국내 은행들에 대해서도 최소한 이 수준은 요구할 방침을 시사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이미 이 명목으로 적립금을 쌓아가고 있어 추가로 적립할 필요가 없는 곳은 국민은행을 비롯 지방 A은행, 외국계가 대주주인 B은행 등 3곳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기업들은 이익을 많이 낼 때 선택적으로 기업재무구조개선 적립금을 쌓을 수 있어 주주의 배당압력을 피하고 납부세액을 줄이는 방편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 은행 건전성을 질(質)로 평가 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CAMELS)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경영성과가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주의나 경고를 받고 더 많이 떨어지면 제재까지 받는다. 이 평가를 할 때 앞으로는 외형적인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BIS비율 평가다. 은행 건전성의 기본 잣대인 BIS비율 10% 달성 여부를 점검하되 이를 구성하는 자기자본의 성격을 따져 개별 은행의 경영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컨대 BIS 비율이 10%씩으로 같은 은행이라 해도 은행의 자기 자금인 '기본자본'과 부채성인 '보완자본'이 각각 5%씩인 은행과 6%,4%씩인 은행을 차별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납입자본금이나 당기순이익이 많아 기본자본 비중이 높은 은행은 후순위채권 발행 등으로 BIS 비율을 유지해 나가는 곳보다 더 나은 평가를 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은행의 대외신인도 제고로 이어져 기본자본이 충실한 은행의 영업기반이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 다각도로 고삐 죄기 금감원은 이와 함께 부동산 담보대출 억제책으로 내놓은 가계여신에 대한 충당금비율 상향조정 조치를 기업대출에도 적용키로 했다. '정상'으로 분류된 기업대출에 대해 그동안 0.5%만 대손충당금으로 쌓았지만 앞으로 0.75%씩 적립시킨다는 방침이다. 충당금 역시 적립금처럼 해당 대출이 문제없이 상환되면 은행이 이익금으로 돌려쓸 수 있다. 회계처리도 엄격하게 적용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임직원의 보수를 비롯 일체의 비용성 경비를 올해 이익이 났을때 반영케 해 비용처리가 다음해로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것. 한 관계자는 "은행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의식해 증자를 피하고 단기 성과내기에 주력하고 있다"며 "스톡옵션까지 비용에 포함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 건전성 감독강화 왜 나섰나 감독당국이 은행들의 추가 부담을 예상하면서도 이처럼 강도 높은 건전성 감독 강화에 나선 것은 올해와 같은 이익 실현이 내년 이후에도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에다 기업구조조정으로 모처럼 이익이 나자 일부 은행에서는 '돈잔치'를 벌이려는 조짐까지 보인다. 외국계 대주주를 위시해 일부 은행의 주주들은 벌써부터 대규모 배당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돈을 많이 벌었을 때 가능한 한 다양한 명목으로 은행 내부에 이익금을 쌓아둬 경영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하고 체질 개선도 꾀하라는 조치로 풀이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