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은행부문을 되살리기 위한 계획을 짜고있는 가운데 논평가들은 일본이 배워야할 검증된 모델이 있다는 주장을 한 목소리로 높이고 있다. 주식회사 일본의 전후 화려한 성공신화를 창조, 한때 의기양양했던 관료들과 정치인들에게는 그 모델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로울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25일 일본경제의 치유법에 대한 경착륙 옹호론자들과 현상유지론자들간의 논쟁을 소개하는 분석기사 첫머리에 지적한 말이다. 지난 10년간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정책담당자들은 급격한 구조개혁을 불쾌해하고 있으며 과거식민지였던 한국의 최근 성장은 일본이 얼마나 많이 상실했는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한국은 전후 30년간 일본의 수제자였다. 일본의 계열(게이레추)을 모델로 재벌을 만들고 은행에 정부가 선호하는 기업에 저리자금을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지난 97년 외환위기의 형태로 금융위기를 맞은 한국은 일본도 여러해 전에 했어야할 일을 실천에 옮겼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한국모델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일본식 은행부문의 잔해에서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은행들은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겠다는 사람들이나 건전한 기업들에게 대출을 함으로써 자본을 합리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으며 일본경제가 지난 10년간 시드는 동안 한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고 이들은지적했다. 교토(京都)의 도시샤(同志社)대학 노리코 하마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이 제자에게 배워야 할게 많다고 말했다. "한국이 한 것과 같은 은행시스템 정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본은 타이타닉호와 같다. 선체 바닥에 분명히 구멍이 나있다. 필요한 것은 최대한의 사람이 생존할 수 있도록 배를 '연침몰'시키는 것이다"고 그녀는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치가들은 놀랄 일은 아니지만 위기를 인정하기를 꺼리고 있다고이 신문은 말했다. 일본 자민당의 원로 정치인들은 부실채권 처리를 서두르겠다는다케나카 헤이조 금융장관의 계획이 경제를 침체의 나락으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며반대한다. 미국 재무부의 존 테일러 국제담당 부장관도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 혜택은 더욱 지연되고 그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손상된 금융시스템은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통화정책에도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디플레를 퇴치하려고 해도 시중은행들이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통화량을 창출해내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착륙 옹호론자들은 부실채권의 배후에 있는 부실기업들중 일부를 정리하는 것도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도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펠드만 씨는 기업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일본의 경직된 노동시장과 사회적 혼란에 대한 회피심리가 막아온 자원의 재분배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식의 경착륙이 일본에서도 통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이 신문은 말했다. 헤지펀드인 아커스인베스트먼트의 피터 태스커는 일본 은행들이부실채권 때문에 대출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플레 즉 경기위축기에서는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자금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부실채권이 없는 일본내 외국계 은행들에 의해이미 채워졌을 것이라는 말이다. 일본은 너무 많은 저축을 너무 적은 투자기회에 공급한 결과로 초래된 대규모의 과잉설비에 적응하기 위해 대출을 오히려 줄여야 할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에서는 재벌에 대한 대출감소의 틈을 가계대출이 메웠고 소비자 신용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소비증가로 금융위기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일본의 경우는 잘발달된 소비자금융분야와 높은 저축률 때문에 소비자 수요가 그 처럼 상승할 가능성은 없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또 나이가 들어가는 근로자들이 은퇴에 대비해 저축을하고 재정적자가 늘어나자 미래에 세금이 오를 것에 대비해 저축을 더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 97년의 한국과 오늘의 일본이 다른 점은 한국의 경우 위기 당시 원화의가치가 30%나 떨어져 호황이던 미국 경제로 강한 수출수요가 일어 그 덕을 봤다는것이라고 딜로이트컨설팅 서울의 제일스 루니 부회장은 지적했다. 수출붐이 없었다면 한국 경제는 25%에 달하는 감속성장을 했을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세계교역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30%에 달하는 엔화의 평가절하는 생각할 수 없고 정치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세계경제가그만한 일본의 수출을 흡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경착륙 옹호론과 현상유지론간의 이 같은 논쟁이 작동 가능한 절충안을 찾지 못하면 일본은 한국식의 위기를 겪게 될 때에야 행동하게 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