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6차 협상이 결렬된 후 다시 타결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60시간이다. 1999년 12월 이후 3년 가까이 지겹게 끌어온 협상은 결론에 이르기까지 초고속으로 진행됐다. 이는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지으려는 양국의 의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국 사이에 막판 쟁점이 됐던 부분은 '금융시장 개방 여부'와 '칠레 외국인투자촉진법(DL 600)의 협정 예외적용' 문제.양국은 이틀반 동안 전화와 전자메일 팩스 등을 통한 비공식 협상을 통해 이들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었다. ◆양국 모두 '명분'을 챙겼다 금융시장 개방문제는 사실 6차협상 전부터 난제로 꼽혔다. 지난 8월 5차협상 때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한 정부는 지난 17일 제네바로 떠나는 협상팀에 △금융분야를 반드시 FTA에 포함시킬 것과 △금융분야를 FTA에서 제외하되 2년 후 재협상한다는 두 가지 안만 들려 보냈다. FTA 타결 후 교역 및 투자가 활성화되면 금융분야 투자 수요가 늘 것이므로 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것과 금융이 FTA에서 빠질 경우 앞으로 일본 멕시코 등과의 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칠레측은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로 자본통제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이미 멕시코(97년 1월) 캐나다(97년 6월)와의 FTA체결 때도 금융분야를 제외시켰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예외적용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정부는 21일 협상결렬후 즉각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22일 재경부 주재로 금융권 대책회의가 열렸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 실무자들은 "당장 칠레에 투자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FTA의 예외로 두더라도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23일 오전 금융시장 개방은 예외로 적용키로 하고 이를 국회에 나간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날 오후부터는 칠레 재무부와 직접 전화협상에 들어갔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통화는 24일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강승모 재경부 금융협력과장은 "우리는 2∼3년 후 재논의하자는 반면 칠레측은 2005년 1월부터 뉴라운드가 시작되면 2년여쯤 더 진행 상황을 보고 금융시장 개방 여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4년 후로 하자는 의견을 최종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검토부 안돼 문제된 'DL600' 예외적용 문제 칠레측은 그동안 'DL600'(칠레의 외국인투자제도)을 FTA의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는 안을 계속 주장했다. 이전에는 FTA가 체결되더라도 '1년간 송금금지' 조항은 계속 적용한다는 안만 내놨다가 이번 6차협상 땐 내국민 대우,이행의무부과 금지,고위경영자의 국적제한 금지 등 3개안도 추가 예외적용시켜야 한다고 들고 나왔다. 정부는 당황했고 일단 제안을 검토키로 하고 철수했다. 그러나 현지 진출기업(대우전자 이건산업 풍전 등)의 의견은 별 문제 없다는 것이었다. 'DL600'을 통하면 투자계약시 투자보호사항이 법 개정 등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장되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아예 DL600을 FTA의 예외로 적용해도 된다는 의견이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