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흥은행 지분 매각이 은행권에 예상외의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공개입찰을 통해 조흥은행 지분 80%중 30%정도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팔 계획이었다. 지분매각 규모가 이 정도 선에 그친다면 그다지 큰 관심사가 될 수 없었다. 경영권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의 경영권을 포함해 정부 지분 50%이상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제는 그 실현 여부가 은행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JP모건 등 인수 참여=지난 23일 마감된 조흥은행 지분 매각 입찰엔 7∼8개 외국 투자기관이 정식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JP모건파트너스와 워버그핀커스가 합쳐서 25%를 인수할 것이 유력시 된다. 이밖에 골드만삭스 뉴브리지 등 외국계 금융사 1∼2곳이 추가 인수자로 선정될 수 있으나 인수지분은 10%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 관측이다. 그 경우 30∼35%정도의 지분이 매각되면 정부 소유지분은 45∼50%가 남게 된다. 당초 조흥은행 지분 매각은 그같은 구도로 이뤄질 예상이었으나 신한지주가 막판에 경영권 인수제알을 내놓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신한지주 가세=신한지주는 이번에 외국계 펀드 2곳과 컨소시엄으로 조흥은행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겠다는 의향서를 정부에 냈다. 신한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5천억원 규모의 증자방안도 정부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은행 인수 협상에 진전이 없는 신한지주로선 조흥은행에 매력을 느낄 만하다. 조흥은 영업 수익력이 뛰어난 데다 인수할 경우 자산 1백30조원 규모의 국내 2위 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수여력.조흥은행 지분을 액면가 5천원으로만 계산해도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1조4천억(41%인수)∼2조8천억원(80%인수)이 필요하다. 이 돈을 신한지주가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외국계 펀드 돈을 끌어 들인다고 해도 신한지주로선 부담스런 규모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인수여부는 전적으로 가격조건에 따른 정부의 판단에 달렸다"며 "인수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일각에선 신한지주가 인수여력과 관계없이 한미은행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관심'을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차병석·유병연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