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체결로 국내에서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 분야는 역시 농업분야다. 농업수출국인 칠레와 공산품 수출국인 한국이 FTA를 추진하기로 했을 때 이미 국내 농업분야의 피해는 각오한 일이다. 이번 협상에서 쌀 사과 배 등 가장 민감한 분야가 제외됨으로써 국내 농업분야는 한숨 돌이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열리는 과수와 축산부문 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적인 과실류 수출국인 칠레는 포도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4%로 2위를, 키위가 17%로 3위를 차지하는 등 이 분야에서 한국은 상대가 안된다. 정부는 포도의 경우 비수기인 11월부터 4월까지 현재 46%인 관세를 앞으로 10년간 매년 10%씩 감축하는 계절관세를 적용키로 했기 때문에 피해가 별로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겨울철에 난방을 해서 포도를 재배하는 국내 하우스 농가에는 직격탄으로 와닿는다. 국내 하우스 포도 농가는 현재 1천2백83개에 달하는데 이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앞으로 계절관세가 시행될 경우 그동안 5∼6월 중에 주로 수입되던 칠레산 포도의 일부는 관세가 낮은 계절로 몰릴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국내 농가 피해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안종운 농림부 차관은 "이번 FTA 체결로 농업부문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하우스 포도 농가들이다"고 인정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사과와 배가 FTA에서 제외된다 하더라도 복숭아와 포도에 대한 관세가 10년내 철폐될 경우 과일농가의 소득 감소는 전체 5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칠레산 소 양 등 축산물 분야도 미국 호주 등 경쟁국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만 수출가격이 70%이상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축산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된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