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제주선언을 통해 계열사들의 생존조건을 제시한 것은 기존 구조조정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계열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구체적인 생존조건을 합의해 도출한데다 오는 2005년까지 생존조건을 확보하라며 시한도 못박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존조건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사 이익이 난다 하더라도 사업철수,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설 것임도 분명히 했다. 재계에서는 SK의 제주선언에 대해 예측 불가능한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강도높은 처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과거 구조조정이 부실에 대한 처방과 수술이었다면 이번의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은 미래 생존을 담보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경영효율성을 개선하고 신규사업 개발을 통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가치창출을 하지 못하는 계열사는 과감히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업모델의 경쟁력 확보,글로벌 수준의 경영효율성 제고,경제적 부가가치(EVA:영업이익중 세금과 자본비용을 공제한 이익) 제고 등의 3대 생존조건은 SK그룹이 그동안 각 계열사들에 미래 수익사업을 위해 To-Be 모델을 적극 발굴하라고 주문해온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손길승 회장은 이와 관련,"파산 위기 등 당장의 재무적 위험과 관련한 생존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안정과 성장을 유지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진정으로 생존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는 또 각 계열사 CEO들이 이같은 생존조건을 확보하느냐 여부에 따라 신상필벌의 원칙으로 대응키로 했다. 실적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단계별 경영목표(To be Target)를 달성하는 CEO와 회사엔 파격적인 보상을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치 못하는 CEO와 회사에 대해선 엄격한 인사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