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조업체들이 큰 위협으로 느끼는 것은 한국이나 중국 또는 유럽국가들이 아니다. 그들보다는 오히려 미국 재무부가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강한 달러 정책'이 더위협적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요즘 미국 제조업체들은 재무부에 대해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대답을 듣고 있지 못한 상태다. 달러화 가치는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에도 5년 전에 비해서는 20%가 높은 상태다. 달러화가치가 높으면 미국업체들의 수출은 위축되는 반면 해외로부터의 수입은 더욱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 8월에 기록적인 385억달러로 늘어났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선뜻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수입상품 중 많은 부분이 미국의 해외 계열사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의 로버트 로런스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제품 중 무려 40%가 미국의 해외 계열사가 만든 것이다. 이러한 복잡미묘한 문제 때문에 폴 오닐 재무부장관은 미국 제조업체들의 로비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는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강한 달러화는 미국의 경제력을 반영하는 것이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야만 해외로부터의 투자욕을 북돋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달러화는 여전히 강세를 띠고 있다. 미국 이외의 투자대상이 될 수 있는 유럽국가나 일본의 경제가 미국 경제 만큼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에 해외에 계열사를 갖고 있는 미국의 대기업들은 해외에서의 상품제조 비중을 높이면서 대응해 나가고 있으나 중소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아이언 셰퍼드슨은 강한 달러가 수출업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내수업체들의 이익폭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