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미국에서 품질운동을 시작할 때 왜 품질이 중요하냐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이제 그런 사람은 한명도 없지요."훌륭한 일터"도 10여년내에 기업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뿌리를 내리게 될 것입니다."


"훌륭한 일터(GWP:Great Workplace)운동"의 창시자인 로버트 레버링 박사(58)는 "종업원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회사들이 고객,거래처 등 외부 가치 보다 종업원과 기업문화라는 내부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일터는 구성원들이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trust)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pride)을 느끼며 함께 일하는 종업원들간에 일하는 재미(fun)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기를 절대 먹지않는 채식주의자이자 농부 같은 외모에서 풍기는 소박한 이미지와는 달리 훌륭한 일터 운동과 신뢰경영 확산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종업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회사는 성과도 좋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실제로 84년 처음 "일하기에 훌륭한 1백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의 경우 "S&P 500" 기업들과 비교할 때 직전 10년간(75~84년) 수익성은 2배,주가는 3배 수준에 달했다.


"훌륭한 일터"로 꼽히는 기업들이 많은 성공사례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도 신뢰경영 확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페덱스(Fedex)의 경우 종업원(People) 서비스(Service) 이익(Profit)의 순으로 추구 가치를 매기고 있는데 "이익에 집중하다 고객을 놓치고 종업원들 마음까지 놓치는 회사들과는 정 반대의 접근 방식이어서 크게 성공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인재확보라는 새로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훌륭한 일터 운동이 더 확산될 것이란 전망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그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지난해 5천명을 뽑는데 15만명이 몰려들었다"며 "일하기가 즐거운 훌륭한 일터라는 것이 사람들을 끌어들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뢰가 조직의 모든 문제를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요.그러나 조직을 정체되지 않고 유연하게 굴러가게 하는 훌륭한 윤활유는 될 수 있습니다.이 윤활유가 종업원들끼리,그리고 종업원들과 경영진이 서로 더 협력하게 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성과를 올리게 되는 겁니다."


레버링 박사는 미국 포천지(誌)가 매년 발표하는 "일하기에 훌륭한 포천 1백대 기업(Fortune 100)"의 선정자.


지난 84년 출간한 "일하기 좋은 미국의 1백대 기업"이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에 선정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98년 포천지가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이름과 훌륭한 일터 운동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영국의 경우 선데이타임즈가 지난해부터 "일하기 훌륭한 50대기업"을 발표했고 내년부터는 파이낸셜타임즈가 이어받아 선정기업수를 1백개로 늘린다.


이와 별도로 EU(유럽연합)도 유럽에서 일하기 좋은 1백대 기업을 선정해 내년 3월께 첫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의 경우는 올해 한국경제신문사가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아시아에서 처음,세계에서 24번째로 훌륭한 일터상을 제정했다.


국내에서 종업원들이 일하기 가장 좋은 20대 기업을 선정해 지난 16일 첫 시상식을 가졌다.


"한경-레버링 훌륭한 일터상"시상식에 참석한 레버링 박사는 "세계 어느 곳에서 본 시상식보다 감동적이었다"며 즐거워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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