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의 '집행임원' 운영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부행장 전무 상무 등의 직함으로 사실상 이사 구실을 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직원 신분인 집행임원의 권한과 책임, 선임 절차와 신분 문제가 좀 더 체계화되고 명확해진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6일 "집행임원에 대한 금융회사별 운영제도가 제각각으로, 명확한 업무규정이 미흡하고 금융회사 경영의 '회색지대'로 남아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집행임원은 대표이사(CEO)가 임명하는 데다 임기도 일정하지 않은 계약직이어서 단기 실적에 급급하게 된다"며 "현재와 같은 체제는 금융회사 발전을 위한 비전있는 경영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 집행임원 규정 금융회사별로 제각각 =금감원이 최근 은행 증권 보험업계의 상위 35개 금융회사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집행임원제도에 대한 운영규정을 별도로 마련한 곳은 26개사(74%)에 그쳤다. 22개사(63%)는 CEO가 임의로 임명하고 있으며 이사회에서 임명하는 곳은 13곳(37%)에 불과했다. 임기도 들쭉날쭉해 1년인 곳이 14개사(40%)에 달했다. 정해진 임기 없이 고용계약을 체결, '임시직'으로 집행임원을 운영하는 곳도 2곳 있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집행임원이 금융회사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1년 임기로는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며 "임기가 정해져도 '업무 부적합' 등의 사유로 임기중 해임이 가능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보수도 CEO와 집행임원간 개별계약으로 정해지는 곳이 18개사(51%)로 사전에 정해진 내규에 의해 결정되는 곳보다 많다. ◆ 금감원, 책임과 권한 명확해지도록 추진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안정적인 경영과 발전을 위해서는 집행임원이 '무늬만 이사'가 아니라 실제로 이사 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법의 주식회사와 이사회 등에 대한 규정을 바꿔야 하지만 제도 개선을 강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일단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손해보험·생명보험협회와 더불어 자율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금융계 자율적으로 △임원 선임 절차를 이사회에서 정하게 하는 등으로 명확히 하고 △CEO에 의해 임명.해임이 결정되는 신분상의 불안정성을 해소토록 하며 △1년 정도의 임기에 따른 단기 실적주의 풍조도 개선할 수 있도록 집행임원 관련 주요사항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를 절반 이상 두게 한 법규로 인해 회사내 등기이사는 소수로 제한되면서 집행임원만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 사외이사의 숫자를 회사별로 신축성 있게 조절케 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