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11월초까지 노.사.정 합의를 목표로 기업연금제 도입 방안을 적극 논의키로 해 퇴직금제도의 대안으로써 기업연금제 도입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이달말까지 노사정위에서 논의한뒤 11월중으로 기업연금법 제정안을 마련, 내년 2월께 국회에 제출키로 했으며, 지난해 6월부터 기업연금 도입 방안을 논의해온 노사정위는 11월초까지 합의를 이끌어낸다는방침이다. ▲기업연금이란 = 사업주가 기업에 종사한 근로자에게 퇴직후 정기적으로 경제적 급부를 제공하는 제도로 사업주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이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노후에 대비해 가입하는 개인연금과 구별된다. 다시말해 퇴직금을 투신사 등 전문기관이 운용하는 펀드에 적립해뒀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급을 지급하는 노후보장체계다. 현행 퇴직금제도의 경우 연봉제 도입 사업장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로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부합하지 않고, 아울러 다층형 노후소득 보장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퇴직금제도를 대신할 제도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사외에 적립하므로 기업당 퇴직급여 충당금 누적액이 평균 54억8천여만원에 달하는 등 경영상 잠재적인 압박요인을 덜 수 있는 반면근로자 측면에서는 퇴직금을 떼일 염려가 없어 안정된 노후 소득원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 검토안 = 노사정위 논의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안의 윤곽은 노사자율로 현행 퇴직금 제도와 기업연급제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임의제도로 도입하고 확정급부형과 확정갹출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확정급부형은 근로자가 나중에 받을 연금액을 정한뒤 기업이 내는 비율을 수시로 조정하는 것이고, 확정갹출형은 급여의 일정비율을 연금 보험료로 정하고 근로자가 나중에 받는 연금액은 운용 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갹출주체는 현행 퇴직금 수준에 상응하는 갹출금은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되 임의적인 근로자의 추가부담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특히 사용자의 갹출분에 대해 손비처리하고 운영수익에 대해 비과세하되수급시에는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부는 이밖에 지급보증을 위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되 장기적으로 미국의 공적보장기구와 같은 지급보장장치를 마련하고 급여는 연금이나 일시금을 선택할 수있도록 하되 일시금을 선택하면 세제상의 불이익을 줘 연금 수급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장기간 실직이나 주택구입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중간인출을 허용하는방안도 검토중이다. ▲쟁점 = 노-사는 기업연금의 중추라 할 수 있는 도입 형태와 관련, 평행선을달리고 있다. 경영계는 기본적으로 확정갹출형을 선호하지만 확정급부형과 함께 도입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확정갹출형의 경우 사용자 부담만 줄여줄 뿐 근로자 입장에서는수익보장이 안된다"는 점을 들어 확정급부형만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확정갹출형은 급여의 일정비율을 보험료로 내고 근로자가 받는 연금액은 운용수익률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어 안정적인노후보장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는 노사 협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지만 노조가 없는기업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에서 확정급부형과 확정갹출형을 모두 허용할 경우 대부분이 확정갹출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인해 노사정위에서는 절충안으로 사업장 규모별,시기별로 차별화해 대형사업장은 확정급부형만 도입하고 그 이하의 사업장은 노사 자율로 선택하도록 하거나,시기별로 확정급부형만 먼저 도입하고 확정갹출형을 추후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도입형태만 결정되면 갹출주체나, 갹출률 및 급여수준, 지급보장장치 마련,중간정산 허용 여부 등은 '부수적인' 사항으로 노사가 어렵지 않게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노사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노사정위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재경부 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증시부양책'의 일환으로 기업연금제 도입을 서두르는 데 대해 노동계는 물론 노동부조차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연금제는 어디까지나 현행 퇴직금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보장체계를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침체된 증시를 부양하기 위한방편으로 서둘러 도입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 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