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잖아도 흐렸던 인도네시아 경제전망이 발리 폭탄테러로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은 발리 폭탄테러가 인도네시아의 정정불안과 추가 테러공격 위험을 증폭시켜 국내는 물론 동남아 전역의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700만명이나 되는데다 지리적으로 주요 해로에 걸쳐 있어 일단 불안이 야기되면 동남아 전역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많은 외국투자가들이 인도네시아 투자를 기피해오던 터에 이번 테러는 이들로 하여금 이웃나라들에 대한 투자까지도 재고토록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잇는 말라카 해협의 해로에서 인도네시아 해적들의 출물이 잦아지고 심각한 국내 경제난으로일자리를 찾아 국외도피하는 인도네시아 `경제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인근국가들은 수십만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인 불법입국 문제로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최대의 액화천연가스(LNG)수출국이자 동아시아 유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으로 국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발리 폭탄테러로 인도네시아 석유회사들은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는 있으나 조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정불안으로 외국인 투자기피 현상이 나타나면 필리핀이 가장 먼저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국인 납치.살해 및 폭발물 설치 등으로 알 카에다와 연계된 악명놓은 회교극단주의 단체 `아부 사이야프'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화살을 비켜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두나라 다음에는 싱가포르가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 금융시장에서는 14일 투자자 이탈현상이 두드러졌다. 자카르타 증시의종합주가지수는 10%나 폭락하면서 4년래 최저치에 근접했고 말레이시아 주가지수는1.2%,태국 주가도 2% 각각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이날 한때 달러당 9천350까지 올랐다가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의 개입에 힘입어 9천330에 마감됐다. 루피아 환율상승은 1천312억달러에 이르는 인도네시아의 외채 상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지금도 외채를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J.P 모건체이스는 발리 폭탄테러 전에 벌써 루피아 환율 연말목표치를 달러당 8천700에서 1만루피아로 조정했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주 소비수요 둔화로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4% 달성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의 민영 `스트래티직 앤드 인터내셔널 연구소'의 하디 소에사스트로 선임연구원은 발리 폭탄테러로 "투자가와 관광객의 발길이 꽤 오랫동안 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국바이어들도 납기 걱정때문에 수입선을 다른 나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분석이다. 외국인투자도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몇달전만 해도 인도네시아 경제전망은 괜찮았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루피아 환율이 안정되고 금리도 떨어지는가 하면 정치환경도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었다는 설명이다. 발리 폭탄테러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딛고 막 재도약을 시작한 몇몇 분야에 혹심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중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4%안팍을 담당하는 관광산업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관광업은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1996년만 해도 63억달러의 외화가득효과를 올린 `효자'였다. 그러나 이후 부진을 면치못하다가 조금씩 회복돼 작년에는 58억달러의 외화수입을 거뒀다. 발리 폭탄테러로 인도네시아는 이달말 열리는 국제 원조국 회의에서 더 많은 원조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조제공국들은 그 대가로 반테러전쟁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도록 인도네시아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