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폭발 사건은 9.11 공격을 계기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급부상한 테러가 국제금융과 실물경제에서 빠뜨릴 수 없는 주요 변수로 자리잡기 시작했음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테러가 아직은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는 요소가 아닐지 모르나 주식과 석유시장은 물론 투자자와 금융 당국자의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파리 소재 크레디 아그리콜의 파스칼 블랑케 수석연구원은 "발리 테러가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닐지 모르나 9.11 테러 1주년 시점에서 터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살얼음을 밟아온 세계경제 회복세에 결정타를 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릴 린치의 브루스 스타인버그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지정학적 불안을 염려해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리 사건이 터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말했다. 런던 소재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홀거 슈미에딩 연구원도 발리 사건이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금융시장과 국제경제가 지정학적 위험이란 변수에 크게 영향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발리 사건을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금융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특히 석유시장을 비롯해 증권, 외환 및 상품시장들 모두가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나텍시스 방크 포퓔레르의 마르 투아티 연구원은 "(테러의) 지정학적 변수가 국제경제 향방에 통합적인 긴장을 가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제 자본주의가 이런 새로운 성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이 "이제는 우리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강조했다. 프랑크푸르트 소재 도이체방크의 스테판 빌라이어 연구원은 "테러와 지(地)전략적 이슈가 세계경제를 가늠하는 새로운 데이터로 등장했다"면서 "이것이 비록 경제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는 모르나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에 분명히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미국이 내년 1월께 이라크를 공격할 것으로 보이는 점이 유가 상승을 유발해 올 4.4분기 성장을 잠식할 것으로 관측되는 점"을 상기시켰다. 발리 사건은 또 항공산업에도 충격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측면도 지적됐다. 이번 테러로 특히 타격받은 동남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크레디 아그리콜의 블랑케 연구원은 "실질적인 충격못지 않게 상징적인 쇼크도 크다"면서 "우리가 현재 '위험한 경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