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씀씀이를 본격적으로 줄일 태세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소비자전망조사 결과 9월중 소비자평가지수가 97.2를 기록, 지난 1월(97.4)이후 처음으로 100이하로 떨어졌다. 소비자평가지수는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해 6개월전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가구와 부정적으로 보는 가구 비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지수가 100이하를 기록한 것은 경기, 생활형편이 예전보다 못한 소비자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경기에 대한 평가지수는 전월의 108.0에서 100.8로, 생활형편 평가지수는 96.1에서 93.7로 각각 급락함에 따라 소비지출 패턴이 그간의 확대에서 감축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경기평가지수에서 보듯 경기둔화를 앞서 체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요인과 증시침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6개월전과 비교해 현재의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주택.상가 및 토지.임야 가치평가는 부동산가격 급등세 진정으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금융저축과 주식.채권은 자산가치가 떨어졌다. 주식.채권의 경우 자산평가지수가 82.1에서 80.6으로 하락,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는데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가계부채의 급증도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또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는데 6개월전과 비교해 저축이 늘었다고 응답한 가구비중이 12.7%에서 12.5%에서 소폭 하락하고 대신 빚이 늘었다고 응답한 가구비중이 14.9%에서 15.8%로 급증했다. 경기둔화, 증시 침체, 가계부채 급증 등 어느 하나 해결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경제 현안들 모두가 소비심리를 냉각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소비자들의 씀씀이 자제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소비심리 위축이 경기둔화를 앞당기고 이는 다시 소비지출을 축소시키는 악순환의 길목에 접어들 조짐이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후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8월중 106.2에서 103.9로 하락, 작년 12월(100.9)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한 기대심리 하락세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지난 8∼9월 매출감소세에 빠진백화점 등 소매업종의 부진이 수해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소비지출 기대지수가 109.6에서 107.5로 떨어지고 내구소비재구매도 97.4에서 97.2로 하락, 증가세 둔화를 보이고 있는 내수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