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 선양 법인의 이윤식 사장은 3개월마다 열리는 선양시 경제동향 회의에 참석한다. 외국기업이긴 하지만 삼보의 선양법인이 선양시 총수출의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인원도 1천명이 넘는다. 지난 99년말 수출생산기지로 가동에 들어간 이후 내수시장까지 진출, 랴오닝성 성도(省都)를 대표하는 현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선양법인의 이같은 급성장은 선양시가 공장건물까지 지어주는 특혜에 가까운 지원 덕분이었다. 이 사장은 "원하는 공장부지를 지도에서 짚어내자 선양시가 그곳에 있는 공단 상징물까지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삼보컴퓨터 선양법인은 한국과 중국간 윈윈(Win-Win)식 투자협력을 통해 서로 성장추진력을 얻어낸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부는 시장을 주고 기술을 얻는 이른바 '시장환기술(市場還技術)' 정책을 외자유치의 기본 틀로 삼고 있다. 삼보는 그 틀 속에서 양국간 투자협력의 고리를 찾아낸 것이다. 양국간 이같은 윈윈 사례는 더 있다. 현대자동차는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北京汽車)에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고 베이징시 택시중 상당물량을 EF쏘나타로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했다. 올초 광둥성 후이저우시에는 'LG대도(大道)'가 생겨났다. LG전자가 기술과 자본을 제공, CD롬을 연간 6억5천만달러 수출하는 현지공장을 가동하자 후이저우시는 중심거리를 LG대도로 명명, 중국 마케팅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이제 '한.중간 전면적인 경제전쟁이 불가피하다'(삼성경제연구소)는 경고가 나올 정도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빠른 속도로 밀어내고 있다. 21세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을 '세계공장'인 중국 속에서 윈윈식 투자협력을 통해 찾아내야 할 때가 됐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