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종합컨설팅회사들이 새로운 위상 정립에 바빴던 지각변동의 한 해였다." 최근 회사명 변경을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영채 베어링포인트(옛 KPMG컨설팅) 한국지사 대표가 한 말이다. 사실 그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종합컨설팅업체들의 최근 변화 속도는 업계 사람들도 어지러울 정도로 빨랐다. 앤더슨컨설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아더앤더슨 딜로이트컨설팅 KPMG컨설팅 등 소위 '빅(big) 5' 회계법인에서 컨설팅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던 5대 종합컨설팅업체들 가운데 올 연말까지 이름을 그대로 쓸 회사는 하나도 없다. 앤더슨컨설팅은 수년 전부터 준비해오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액센츄어로 이름을 바꿨고 아더앤더슨은 올해 KPMG에 합병된 뒤 베어링포인트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PwC는 IBM컨설팅부문에 합병되는 수순을 밟고 있어 회사이름이 없어질 운명에 놓였고 딜로이트컨설팅은 브렉스턴이란 새 이름을 공표해두고 현재 CI(기업이미지)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말께는 5대 종합컨설팅 업체들의 옛이름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이름 뿐만 아니다. 아더앤더슨이 KPMG에 인수되면서 '5강 체제'가 '4강 체제'로 압축됐고 그 과정에서 컨설팅업체간 인력이동도 잦아졌다. 경쟁사로 옮겨가는 파트너급 인사들도 적지 않았고 작은 부티크를 차려 독립하는 컨설턴트들도 늘고 있다. 엔론 사태 이전에 자체적인 필요에 의해 이름을 바꾼 액센츄어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 회사들은 엔론 회계부정과 그로 인한 미국 정부의 새로운 규제 때문에 변화를 겪고 있는 케이스. 특히 지난 8월 미국 정부가 외부감사와 컨설팅을 분리토록 하는 회계개혁 법안을 만든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미국 본사의 이같은 변화는 그대로 한국에도 이어졌다. 베어링포인트코리아의 고 대표야말로 이런 지각변동을 온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다. 연 초만 해도 그는 아더앤더슨코리아의 대표였다. 지난 8월엔 아더앤더슨코리아를 흡수합병한 KPMG컨설팅코리아 대표로 변신했다. 그러다 이번에 회사 이름이 바뀌면서 또 다시 베어링포인트코리아 대표로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 올 한해에만 세번 명함을 바꾼 셈이다. 그래도 그는 오히려 희망에 부풀어있다. "PwC가 IBM에 흡수됐으니 이제 베어링포인트가 국내에서 종합컨설팅 2위 자리를 확고히 굳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의 말대로 PwC코리아는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 본사가 IBM에 매각돼 국내에서도 현재 PwC컨설팅이 IBM과 통합절차를 밟고 있다. 흡수통합되는 과정에서 30% 가까운 직원들이 통합법인에 합류치 않고 독립하거나 다른 업체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PwC컨설팅코리아를 이제까지 키운 최영상 사장은 IBM측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자 합병법인에 참여치 않기로 한 상태다. 최 사장은 대신 PwC코리아 임직원이 출자해 만든 11개 IT(정보통신)자회사 그룹인 M&H의 대표로 남을 계획이다.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도 이런 변동 와중에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경우.비영어권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회사 이름(Deloitte)을 알리기 위해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인 사장 스티브 필척(37)은 그러나 "새 이름을 갖는 김에 CRM(고객관계경영) 경영부문 ERP(전사적 자원관리) 리엔지니어링 등 새로운 서비스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며 브랜드를 쌓아가는 작업을 하겠다" 고 각오를 밝혔다. 앤더슨컨설팅에서 일찌감치 이름을 바꾼 액센츄어는 이런 변화의 와중에도 다소 '느긋한' 케이스다. PwC와 벌여왔던 1위 경쟁도 사실상 끝난 셈인 데다 경쟁사들이 모두 이름을 바꾸면서 반사익까지 기대하게 됐다. 한봉훈 액센츄어코리아 사장은 그러나 "전략 컨설팅업체들도 IT나 프로세스컨설팅 아웃소싱 등 종합컨설팅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컨설팅업체들이 영역에 관계없이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