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 공장화'가 아시아 경제에는 '수출 호황'이란 활력소를 불어넣는 반면 세계 경제에는 디플레 압력을 높이는 상반된 효과를 주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와 월스트리트저널 최신호에 따르면 중국이 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에서 생산하는 원부자재 등을 대량 수입하면서 이들 경제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저가 제품을 전세계 시장에 쏟아내면서 디플레 기조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경제의 활력소=필리핀과 대만은 올 상반기 중 대중국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1백%,80% 늘었고,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필리핀 대만 한국 등이 지난 2분기 중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한 것도 이 덕분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은 오는 2005년까지 아시아 각국의 대중 수출이 55∼8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간 중 7백억달러 상당의 원부자재 및 제품이 중국에 수출될 것이란 분석이다. 비즈니스위크는 미 경제회복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그 공백을 대중 수출이 메워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이 대중 수출 수혜를 계속 누릴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수입품의 42%가 단순 조립돼 선진국에 다시 수출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수요 둔화는 결국 아시아 업체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비즈니스위크의 진단이다. ◆세계 디플레의 진원지=중국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생산대국이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카메라의 절반 이상,에어컨과 TV의 30%,세탁기의 25%가 '메이드 인 차이나'다. 중국은 섬유 TV 휴대폰 버섯 등 광범위한 품목에 걸쳐 과잉공급을 야기,일본의 디플레를 심화시키는 등 세계경제에 디플레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월지는 지적했다.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경우 TV 가격이 98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9%씩 떨어졌다는 것이다. 스포츠 용품 가격도 같은 기간 중 매년 3%씩 내렸다. 이같은 중국발 디플레 압력은 다국적 기업의 중국이전을 가속화하는 기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주방용품 제조업체인 내셔널프레스토가 지난해 미국공장을 폐쇄하고 중국 공장시설을 확충키로 결정한 게 그 예다. 중국의 저가경쟁으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워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세계공장화는 미국의 산업화가 세계경제에 끼친 충격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