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신용카드를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됐지만 서비스 업체들간 이해다툼으로 국가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11일 정보통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가표준으로 논의되고 있는 휴대폰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방식은 3가지로, SK텔레콤과 KTF가 각각 자체적으로 서비스를준비하고 있으며, 벤처기업인 하렉스인포텍은 국내 최초로 지난 4월 줍(ZOOP)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3개사의 서비스는 모두 적외선통신(IrFM) 기술을 기반으로 휴대폰의 버튼을 눌러 고객의 금융정보를 조회기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휴대폰에 IC(집적회로) 칩을 탑재해 칩안에 이용자의 금융정보를 담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반면, 하렉스인포텍의 줍은 휴대폰 자체 메모리에신용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KTF는 삼성전자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휴대폰인 `K 머스폰'을 개발해놓고 오는 20일께 출시할 예정이고 SK텔레콤은 연말에 신용카드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휴대폰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표준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서비스 업체별로 따로조회기를 설치해야하는 등 중복투자가 불가피하고 이용자들도 휴대폰에 따라 결제할수 있는 장소가 제한돼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통부는 국가표준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3개사가 각자 자사의 기술을 표준으로 정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않고 있으며 여기에 신용카드사들의 경우 이통사에서 추진하는 칩 방식에 대해 "신용카드 발급을 이통사가 하겠다는 의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 가운데 1%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카드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에 1%의 수수료를 주고 나면 카드사의 경우 역마진을 볼 수도 있다"며 "카드사들이 그러한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면서까지 휴대폰 결제 시장에 참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최초로 이 기술을 상용화한 하렉스인포텍은 현재 KTF와 LG텔레콤과제휴를 통해 일부 수도권에서 휴대폰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하렉스인포텍을 배제하고 직접 서비스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렉스인포텍은 카드사들로부터 0.2%의 수수료를 받아 이중 25%를 이동통신사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이동통신사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것. 이처럼 이동통신사, 하렉스인포텍, 카드사 등 3자가 첨예한 대립을 하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통부는 어느쪽으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규제대상도 아닌 업체들을 놓고 정부가 어떤 쪽으로든 결정을내릴 수 없으며 다만 이해당사자들간에 합의를 이루도록 중재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결국 시장에서 힘의 논리에 따라 주도권을 잡는 업체의 서비스 방식이표준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