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 인근 창고에 보관중이던 450만달러 상당의 한국산 반도체 제품이 도난당했다고 영국 현지 경찰이 9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들은 지난 7일 오전 해당 제품이 공항에 도착한 직후 지게차용 깔판(팔레트) 4대에 적재돼 있던 290상자를 훔쳐갔으며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사전에 충분한 모의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런던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20대 후반의 용의자 1명이 체포됐으나 보석금을 내고 곧 석방됐으며 이에 따라 일단 현장에 있던 흰색과 청색 밴 등 차량 2대를 본 목격자 물색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퍼트 홀리 반장은 "사전에 처분방법이 모의되지 않았다면 이처럼 대량의 칩을처분하기 곤란할 것"이라며 "국내 관련업체들에 대해 즉각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전문가들은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경찰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나 이를 처분하는 것이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범죄자들로서는 마약을 파는 것보다 반도체 칩을 처분하는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본사측은 "도난제품은 우리 회사가 유럽업체들에 공급하기위해 수출한 제품으로 확인됐다"며 "수입업체는 공개할 수 없으나 D램을 비롯해 S램과 비메모리 제품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만 "통상적으로 반도체의 경우 본선인도방식(FOB)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우리측의 재산상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업체들도 대부분 적화보험을 들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물량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 수입업체가 요구해 올 경우 다시 제품을 공급해 줄 방침"이라며 "이번 사건은 과거 PDP TV와 휴대폰 도난때와 같이 삼성전자의 세계적인 유명세를 느끼게 하는 또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에도 런던 히드로공항 인근 창고에 보관중이던 삼성전자의 수출 휴대폰 82억원 상당, 2만6천대를 도난당한 적이 있어 현지 공항당국과 경비 경찰의 관리소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당시 휴대폰 도난사건도 61개의 팔레트에 실려 있던 박스를 차량을 통해 훔쳐간것으로 파악돼 이번 사건과 비슷한 유형이었으며 도난 휴대폰들이 아프리카 등지로유입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