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증시가 연일 급락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에 대한 경계론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김중수 원장) 삼성경제연구소(최우석 소장) 현대경제연구원(김중웅 원장) LG경제연구원(이윤호 원장) 한국경제연구원(좌승희 원장) 등 국내 5대 경제연구원장들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긴급 인터뷰에서 "아직은 지나친 비관에 빠질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전세계적인 경기후퇴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이라크간 전쟁에 대해서는 단기전에 그칠 경우 세계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장기전화할 경우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 어디로 가나 지난 상반기에 비해 미국 등 세계 경제의 상황이 악화됐다는데 연구원장들의 진단이 일치했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미국 증시의 침체로 전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고 유럽의 경제성장세도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등 경제상황이 갈수록 꼬여 가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미국의 내년 성장률을 1%대까지 낮춰 잡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장들은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곧장 미국을 '더블딥'으로 밀어 넣을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아직까지는 세계 유수 연구기관 가운데 세계 경제성장률을 2% 밑으로 하향조정한 곳은 없다"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 전망 연구원장들은 국내 경제가 올해 6%대의 성장률을 보이겠지만 내년엔 5%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해외 변수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전망에 대해서는 '바닥을 통과했다'는 견해와 '조기회복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은 "미국 증시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의 김 원장은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적인 여러 조건)에 비춰 보면 주가 하락이 과도한 측면이 있는 만큼 조만간 상승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투기억제대책으로 인해 상승세가 꺾일 것"(KDI, 삼성, 한경연)이라는 예상과 "시중 부동자금이 많아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는 조금 더 이어질 것"(현대, LG)이라는 견해가 엇갈렸다. 회사채나 국고채 등 시중금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인해 완만한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경제불안 요인과 대응책 연구소장들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가계대출 급증 기업투자 부진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 등을 꼽았다. 대책으로는 은행건전성 감독 강화 탄력적인 정부 대응 등을 요구했다. 정권 말기에 빚어질지도 모르는 경제정책의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정권에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며 "경제관료들이 줏대를 갖고 일관성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금리정책에 대해선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이 불투명한 만큼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