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항만 마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 부문에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 서부항이 봉쇄되면서 이곳을 통해 원자재나 핵심부품을 수입하고 있는 전자업체와 농수산물 수입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업체들은 운송수단을 항공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수송료가 10배가 넘어 발을 구르고 있다. ◆ 농수산물 수입 쇠고기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수입 쇠고기 1위 업체인 필봉프라임은 냉동컨테이너가 롱비치항에 발이 묶이면서 10여건(1백80t)의 수입이 이뤄지지 않아 보유 물량 출하를 조절하고 있다. LG상사도 10월분(1백50만달러 규모)을 제대로 수급하지 못하고 있다. 동종업계인 제니스유통 한중축산유통 코스카 등도 같은 처지로 속을 태우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쇠고기 물량은 연간 24만t. 전체 쇠고기 유통 물량의 5%로 세계 각지에서 수입되는 쇠고기 가운데 50∼6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벌써 국내 판매가격이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시장에 미국 항만파업 사정이 알려져 국내 유통업자중 출하물량을 감추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때문에 벌써부터 수입쇠고기 가격이 부르는 게 값으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몽 레몬 등 수입산 농산물 가격도 뛰고 있다. 레몬은 수입상에서 할인점에 파는 가격이 7만∼7만5천원으로 몇주 사이 2만원 가량 올랐으며 자몽도 박스당 4만5천원으로 1만원 정도 올랐다. ◆ 섬유원료 모든 국내업체가 미국 바스프로부터 LA항을 통해 수입하고 있는 스판덱스 원료의 경우 차질이 크다. 동국무역은 13일 도착 예정분인 컨테이너가 선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달분의 재고밖에 확보돼 있지 않아 내달 초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선박.건축용 도료 및 전자부품 생산에 들어가는 합성수지는 전체 물량의 20%를 미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업체인 퍼시픽에폭시 국도화학 에클라이트코리아 등은 각각 1백t의 합성수지를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업체당 재고분이 보름치에 불과해 이스라엘 등 대체수입처 이용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 전자업체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부품 및 제조공정에 필요한 케미컬류(가스 화학제품 등), 에어컨.냉장고용 필터 등을 수입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미 서부항만에 수입용 컨테이너 박스 10개 정도가 묶여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북미지역의 물류 마비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특수포장을 통해 항공편으로 들여오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TV.냉장고용 부품을 실은 컨테이너 12개가 묶여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