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의 침체 속에서도 6%대의 성장을 유지해 온 우리 경제가 대외여건 악화로 인해 직격탄을 맞아 경기 급강하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은 8일 대외여건이 불확실하지만 경착륙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평가하면서도 만일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경기가 급강하할 위험이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신용거품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적극 나서고 수출증대에 초점을 맞춰 외환정책을 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경기지표로만 보면 내수호조가 누그러들고 있는 반면 수출이 회복세를 타는 모습을 보이며 양호한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그러나 성장의 원동력인 수출이 미 서부항만 직장폐쇄 사태로 인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고 미-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고조와 이에 따른 미 경기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도 경제전반에 불안심리를 급속히 키우고 있다. 무역협회는 2주째로 접어들고 있는 미 서부항만 직장폐쇄로 하루 5천53만달러 규모의 수출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자원부도 당장 10월 수출입 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70%대로 치솟은 가계부채는 부동산가격 하락과 성장세 둔화시 거품이 붕괴돼 이로 인한 금융혼란과 소비침체가 경기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위험을 안고 있는 처지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국의 수출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신용버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한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했다. 모건스탠리는 9월중 수출증가율이 12.6%로 전월의 18.9%에 비해 급격히 둔화됐다면서, 특히 작년 9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9월수출 증가세는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에 따라 수출회복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내수감소분을 수출이 상쇄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신용거품 붕괴 위험과 함께 경제적 혼란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정책동향실장은 "9월중 수출 증가율이 8월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나 이는 조업일수가 적은 데 따른 것으로 일평균 수출액은 오히려 늘어 수출 회복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수출회복 둔화 진단에 의견을 달리했다. 홍 실장은 "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현재 70%대로 추정되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가까워 선진국에 비해조금 빨리 커졌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경기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금리인상보다는 은행의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를 적극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승 LG경제연구원은 "향후 경기를 비관적 혹은 낙관적으로 보든 올해 평균 6%대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회복국면이기는 하지만 6월부터 꺾이기 시작한 추세가 얼마나 갈지 불투명하고 대외여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10월중 수출이 미 서부항만 직장폐쇄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나 작년 10월과 11월 수출실적이 전년동기대비 20.1%와17.1%의 감소를 기록했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급락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준경 KDI 연구위원은 "아파트가격 상승이 가계대출 증가에 선행하는 속성을 보였다"며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9.4대책 이후 혼조세를 나타내기 시작함에 따라 가계대출 급증세도 누그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 연구위원은 "1%대의 은행 가계대출 연체비율은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되나 연체율이 10%에 근접하고 있는 신용카드 부실에 대해선 서둘러 대비를 해야할 시점"이라며 "신용거품 붕괴는 성장률, 실업, 금리 등과 맞물려 있는 만큼 가능성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