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국제사기단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벤처기업 등에 e메일 등을 통해 투자를 하거나 비자금을 송금하겠다고 접근한 뒤 송금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방식으로 벤처·중소기업을 울리고 있다. 국제전화나 팩스를 이용하던 종전과는 달리 요즘은 인터넷 보급으로 비용부담이 없어져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발생사례=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벤처회사 사장 L씨도 이런 사기를 당했다. L씨는 최근 남아공으로 망명한 고위층이라는 사람으로부터 e메일로 해외투자 형식의 비자금 송출제의를 받았다. 정치적 이유로 남아공 사설 현금보관소와 아프리카 지역의 은행에 묶여 있는 비자금을 운용할 수 없으니 L씨 명의의 계좌를 빌려주면 세탁자금의 20∼30%를 사례금으로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남아공으로 갔다가 수표보증수수료와 송금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선수금 3만5천8백달러만 빼앗겼다. 나중에야 이들이 나이지리아 국제사기단일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돈만 떼이는 게 아니다. 심한 경우 제3국에서 만나 납치 당하는 사례도 있다. ◆사기수법=이들은 기업체 디렉토리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업체의 생산품목 등을 파악한 뒤 e메일을 이용해 투자하겠다며 접근한다. 고위층과의 연줄을 활용해 해당 정부에 대한 납품권을 따냈다며 대량주문을 하거나 샘플을 보내 줄 것을 요청해 착복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유명 은행의 수표,신용장 및 어음,공증서류 등을 감쪽같이 위조해 피해자들의 의심을 막는다. 심지어 자국의 중앙은행이나 유명 회사의 소인도 이용한다. 벤처기업들이 이같은 투자나 주문 제의에 종종 넘어가는 것은 경영난을 겪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KOTRA는 e메일 무역사기 여부에 대해 문의해 오는 사례가 월평균 1백여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실제 피해건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대책은=나이지리아에서 3년6개월 동안 근무한 뒤 지난 3월 귀국한 KOTRA 총무팀 임채근 과장은 "사기사건을 예방하려면 미심쩍은 e메일이나 제의를 받았을 때 반드시 KOTRA 무역관이나 한국대사관에 문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국제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KOTRA는 오는 22일 나이지리아식 무역사기의 유형과 대처방안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미리·문혜정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