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선두주자였던 미국 애플사는 지난 90년대 들어 IBM 등 경쟁업체에 밀려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그러나 97년 신제품 '아이맥'(일명 누드컴퓨터)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제품은 딱딱한 사무기기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운 외형과 화려한 색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애플은 이 제품만으로 98년 매출 17억달러, 순이익 1억2천3백만달러를 올려 재기의 시동을 걸었다. 무형 자산인 디자인과 브랜드파워가 소비자의 제품 선택 및 기업의 명운을 결정짓는 핵심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9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품질(22%)과 가격(14%)보다 디자인(52%)이 우선 고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디자인이 고부가가치를 낳는다 지난 97년 영국 디자인진흥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자인 투자가 생산.제조과정의 기술개발 투자보다 19배나 높은 매출상승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디자인 개발 투자비용과 소요기간이 각각 기술개발의 20분의 1, 4분의 1에 불과한데 비해 매출효과는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엔 국내 디자인 경쟁력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한국의 디자인 수준을 선진국의 80%로 평가, 지난 98년의 70%보다 10%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진단했다. 올해 미국 우수산업디자인상(IDEA)에선 삼성전자의 5개 제품이 금.은.동상을 휩쓰는 개가도 올렸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디자인 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5%선(3조원)에 불과하다. ◆ 브랜드파워는 곧 기업가치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지난 8월 인터브랜드와 비즈니스위크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은 코카콜라로 가치평가액이 6백96억달러에 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6백41억달러) IBM(5백12억달러) 제너럴일렉트릭(GE·4백13억달러) 인텔(3백9억달러) 등도 5위권 안에 포진됐다. 반면 국내 기업은 브랜드파워가 약해 세계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1백대 브랜드에 포함된 국내 브랜드는 삼성(83억달러.34위)이 유일하다. 해외 소비자의 국내 기업 인지도도 삼성(27%)과 현대(23%)가 겨우 20%대일 뿐 대우(18%) LG(14%) 기아(10%) 등 다른 대기업들은 20% 이하다. 이런 탓에 총수출물량의 70% 가량은 여전히 해외 주문자의 상표를 붙여 내보내는 실정이다. 조건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월드컵 4강 신화로 급상승한 국가 이미지를 기업 브랜드파워로 연결시킬 마스터플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 공동기획 : 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협중앙회 경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