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팀 =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로 홍역을 치르고도 대부분 국내기업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국내 진출한 대부분 외국기업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사내 인트라넷에 띄워전 사원이 숙지, 필요할 때 적극 대처토록 하는 등 대조를 이루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유수기업조차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요령을 담은 전략홍보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것이 대책이라면 대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준 의원의 대선출마로 현대차에 악영향이 우려되자 `정경분리'를 선언한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는 최근 현대상선이 4억달러 대북 지원설에 휘말려 곤혹을 치르는 것을 보고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위기관리 매뉴얼을 갖춘 곳은 한곳도 없다. 삼성중공업 홍보팀 이홍연 과장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회사차원의 홍보 매뉴얼이 있었다고 들었지만 최근에는 조직 자체가 슬림화, 체계화된 만큼 매뉴얼을따로 만들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작년초에 공장내 대형사고 발생시 인적.물적피해와 기업이미지 손상을최소화하고 신속, 정확히 홍보하는 것을 골자로 위기관리시스템 매뉴얼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5월 타이거풀스 주식매입 사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파문을 겪은 터여서 위기관리시스템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는 내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 SK, LG그룹 등은 상대적으로 위기관리시 전략홍보 시스템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석유화학 계열사가 많은 LG의 경우 계열사별로 각종 재해.사고 등에 대비한 홍보 매뉴얼을 마련해 놓고 있다. 특히 LG화학이나 LG칼텍스정유 등 대형 공장을 보유한 계열사는 비상사태 발생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 매뉴얼을 바탕으로 정기적인 가상훈련까지 실시하고 있다. SK는 외환위기에 이은 9.11 테러 사태 이후 위기관리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 7월 출범한 SK경영경제연구소에 `위기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부서를 두기로 했다. 삼성은 위기상황에 대비한 홍보 매뉴얼을 갖추고 그룹 홍보실과 각 계열사 홍보실간에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항공기사고, 원유파동, 파업 등 위기상황에 언제라도 노출될 수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도 위기시 홍보전략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위기관리시스템 권위자인 다국적 홍보대행업체 에델만코리아 이태하 회장은 "외국 유수기업은 물론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은 대부분 위기관리 매뉴얼을 수시로 업데이트, 사내 인트라넷에 띄워 전사원이 숙지토록 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거의 무관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런 무관심 때문에 국내기업의 경우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경영층은숨기고 종업원은 우왕좌왕하다 진짜 위기로 이어지곤 한다"며 "위기관리대책은 우선구체적인 매뉴얼 작성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조직구성, 그리고 임직원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과 가상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