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현대상선 대출이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폭탄증언'을 했다. 의원들의 현대상선 대출금 대북지원 의혹을 뒷받침하는 폭로들도 이어졌다. 청와대 등은 이같은 발언을 일축했으나 현대상선 대출금의 대북지원 의혹이 다시 힘을 얻으며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현대상선 대출 `청와대 지시' = 엄 전 산은 총재는 4일 국회 재경위의 산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현대상선 대출에 대해) 청와대 한 실장(한광옥 전비서실장.민주당 최고위원)이 전화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0년 8월 산은 총재 취임 이후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에 대해 보고받고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 금감위원장을 찾아갔더니 자기도 `고민 많이했다.상부의 강력한 지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엄 전 산은 총재는 아울러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으로부터 `대출금은 정부가 썼다.우리가 갚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국정원 3차장과 청와대 이기호 수석에게 이를 알렸더니 `알았다.걱정마라'고 얘기했다며 기존 증언을 재확인 했다. 그는 이같은 국정원과 청와대 접촉이후 김충식 사장이 대출금 상환의사를 밝혔다고 말해 정부로부터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 `모종의 조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해외세탁 통한 대북송금 의혹 = 자민련 이완구 의원은 "산업은행이 2000년 3월 3천만달러를 경상운영비로 여신승인한 뒤 현대상선이 다음달 4일 산은 도쿄(500만달러).상하이(1천500만달러).싱가포르(1천만달러)지점에서 일시에 인출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도 이와 관련, 남북정상회담 밀사인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북한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만난 2000년 4월과 시기가 일치한다며이 자금이 북한과의 `뒷거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임태희 의원은 현대상선 인출자금은 해외에서 달러로 만들어 제3국으로 보내는 환치기수법으로 세탁돼 북한으로 송금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회담 성사를 위한 착수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형근 의원은 한발짝 더나가 "2000년 4월8일 베이징(北京)에서 박 장관이 현대관계자들과 함께 송호경 북한 아태위원장을 만나 돈을 주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불렀다. ◆청와대 등 `관련설' 일축 = 엄 전 총재의 증언에 대해 한광옥 전 비서실장(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시 산은에서 현대상선에 4천억원이 대출된 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산은을 비롯한 어느 은행에도 전화를 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으며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박지원 전 장관(청와대 비서실장)도 한나라당 정 의원이 주장한 북한과의 `뒷거래 합의'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대북지원설에 대해 "전혀 모른다. 있을 수도 없다"며 "(계열사 지원에 대해서는) 추적해보면 나올것"이라고 말했다. ◆계좌추적 공방 = 여야 의원들은 의혹 규명을 위해 계좌추적이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자금의 흐름에 대한 산은의 적극 대응을 촉구했으며 산은은 금융실명제법 등을 들어 현대상선의 동의와 국회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방향을 틀었다. 이 금감위원장도 "일반기업에 대한 계좌추적은 불공정거래 조사목적이 아닌 이상 금융실명법상 불가능하다"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서울=연합뉴스)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