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2일 주5일근무제 도입시기에 제동을 걸고 나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서의 주5일근무제 입법화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노동부가 관계부처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정부안을 그대로 상정하고 규개위의 권고안을 참고용으로 첨부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대세는 기울어졌다는 분석이다. 규개위의 결정내용이 지금까지 대부분 받아들여진 점을 감안하면 노동부의 강행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기국회까지 개정안이 올라갈지 의문이다. 설사 국회까지 가더라도 이미 대선국면에 접어든 정치권이 노사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있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주5일제는 차기정권으로 넘겨질 공산이 커졌다. ◆규개위 권고내용 규개위는 근로시간 단축을 받아들이되 이로 인한 노동계 및 경제계의 충격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시기를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늦출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시행시기는 우리나라 산업여건의 성숙 등에 따라 재조정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규개위는 △농업 이외의 전체산업 주당평균 근로시간이 현재 46.7시간에서 44시간 이하에 달하는 시점부터 시행하거나 △정부의 업종별 규모별 시행시기를 당초 내년7월1일부터 1년 단위로 연차적으로 시행하는 안을 2년 단위로 조정할 것을 예시적 의견으로 달았다. 그러나 방용석 노동부 장관은 "규개위가 개선권고 결정을 내렸더라도 정부의 입법안은 장·차관회의를 거치며 충분한 논의를 가졌고 노사정협의에서도 합의된 내용이기 때문에 손질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방 장관은 국무회의를 거친 것은 특별한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규개위의 권고안은 단지 참고용으로 첨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노동부는 오는 5일 차관회의와 8일 국무회의에 정부의 입법안을 원안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주5일근무제의 입법화가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규개위의 결정사항이 지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으나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데다 규개위가 제동을 건 상태여서 주5일근무제 도입 입법은 차기정부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기 단국대교수는 "규개위의 반대는 정부 내에서조차 주5일근무제 도입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며 "개정안을 우리 현실에 맞게 손질하지 않을 경우 주5일근무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선권고 왜 나왔나 이날 규개위의 제동은 정부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너무 성급히 추진해 빚어진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경영계와 정부부처들이 시행시기 등에 강력히 반발했는데도 불구,이를 감안하지 않고 개정안 통과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규개위 위원들이 주5일근무제 도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이 제도가 우리 경제여건상 시기상조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위원들은 실근로시간과 법정근로시간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자칫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세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난과 자금난을 악화시켜 기업의 존립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물론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도 시행시기를 늦춰줄 것을 노동부에 여러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원들은 또 개정안 내용도 국제기준과 비교할 때 노동계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며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주휴일 유급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라는 것이다. 휴가·휴일도 일본보다 많게 짜여져 있다. 연차휴가의 경우 일본은 개정안(15∼25일)보다 적은 10∼20일이다. 개정안대로 주5일근무제가 시행될 경우 휴일·휴가일수는 일본(1백29∼1백39일)보다 많은 연간 1백34∼1백44일에 달한다. 여기에다 주5일근무제 도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통계적 수치가 부실한 것도 위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대모 위원은 주5일근무제 도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정부의 자료가 신뢰성이 없다고 물고늘어졌다. 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