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국(special guest)으로, 세계은행(IBRD)의 옵서버 자격으로 내년 총회에 동시 초청됨에 따라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본격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이들 양대 국제금융기구에 자리잡을 경우 최근 추진하고 있는 개혁정책과 신의주 경제특구 구상, 앞으로 본격화될 남북한 경제협력의 관건인 재원조달 등에 한결 힘을 받을 전망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 국제기구 가입 가능성 커져 북한이 IMF와 세계은행의 초청을 수용할 경우 실질적으로 준회원국의 자격을 갖게 된다. 이 경우 정식 회원국 가입 이전이라도 국제기구의 기술적 지원(technical assistance)이 가능해져 부분적이지만 북한은 회원국 가입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IMF가 제공하는 기술지원 프로그램에는 △북한관리를 대상으로 한 시장경제 훈련 △IMF 스태프의 북한방문 △일정수준 이상의 자금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일종의 '정식 가입을 위한 훈련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IMF와 세계은행에 가입하게 되면 아시아개발은행(ADB) 가입도 확실시된다. ◆ 가입시 예상되는 효과 북한이 IMF에 가입하면 빈곤퇴치와 성장지원자금(PRGF)을 우선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자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9백25달러 이하의 최빈국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자금이다. 2001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7백6달러다. 또 세계은행에 가입하면 국제개발협회(IDA)의 자금지원이 가능해진다. 이 자금은 지원조건이 가장 좋지만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한다는 단서가 따른다. ◆ 장애요인은 없나 우선 북한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하지만 외자유치에 사활이 걸려 있는 북한이 IMF와 세계은행의 초청을 거부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이들 기구의 초청을 수락, 신규 가입 절차를 밟으려면 기존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국제금융기구에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가 중요하다. 미 국내법은 테러적성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과 원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은 하루 빨리 테러적성국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 우리 정부의 역할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이전이라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북한 개발을 위한 특별신탁기금(trust fund for DRPK)을 조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이 기금은 팔레스타인, 동티모르, 보스니아의 경제재건을 위해 지원된 바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이 국제금융기구에 예탁해 놓은 신탁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꼽힌다. 특히 이 기금은 신탁국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이밖에 비정부기구(NGO)들이 필요한 재원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로부터 조달해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분명한 것은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포함한 모든 방안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때 실행 가능하다는 점이다. 상당 부분 '공'은 북한으로 넘어가 있다는 얘기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