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4천900억원이북한 비밀지원용이 아닌 부당내부거래용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1일 국회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이"2000년 8월 4대 재벌 부당내부거래조사 당시 공정위는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4천900억원의 사용내역을 파악하고도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부당내부거래혐의가 없어 자료를 징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정황상 계열사 부당지원용으로 자금이 사용됐을 개연성이높아지고 있다. 당시 현대그룹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현대아산 등이 부도에 직면하면서 우량회사였던 지주회사 현대상선에까지 여파가 몰려오던 시점이었다. 그러던 현대상선은 2000년 6월7일 산은으로부터 4천억원의 긴급자금을 수혈받은다음날 출처불명의 자금으로 현대건설 기업어음(CP) 1천억원 어치를 사들이는 등 2개월간 현대건설 CP 1400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이는 당시 현대상선이 2금융권의 자금회수와 계열사 출자로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던 점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힘든 자금거래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특히 산은 대출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데 산은은물론이고 현대상선이 대출금 용처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피하고 있는데에는 `부당내부거래'라는 뭔가 `구린' 구석이 있지 않느냐는 추정을 가능케 하고 있다. 한편 현대상선 대출금이 건네진 곳에 대한 한나라당 주장이 현대상선→현대아산→북한, 현대상선→국가정보원→북한 등으로 최종 종착점이 북한에 맞춰져 있지만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에서 이만한 거액의 대외유출이 쉽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0년 당시 외환시장을 맡고있던 당국 관계자도 "당시는 외환보유고를 높이기위해 달러화 매입동향을 유심히 점검하던 시기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비밀리에 4억달러를 밖으로 유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차라리 계열사 부당지원을 위해 사용했다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아산은 자본금이 4천500억원에 불과한데다 자금흐름도 단순해 거액의 대외유출이 쉽게 포착되는 반면 해외사업장이 많은 현대건설을 통했다면 대북송금설이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