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강상국,채수일 두 지사장의 공동 경영체제를 도입했다. 90년대 초 한국에 진출한 이래 10년 가까이 외국인이 쥐고 있던 한국 지사 운영권이 한국인에게 넘어온 것이다. 바로 직전까지 톰 루이스 홍콩지사장이 한국 지사장까지 겸직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의미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맥킨지,베인&컴퍼니와 함께 세계3대 전략 컨설팅펌으로 꼽히는 BCG가 한국인을 지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한국 컨설팅업계의 대외위상 측면에서도 새길 대목이 적지 않다. BCG의 경우는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세라고 보긴 어렵다. 물론 한국인들이 지사장을 맡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은 건 사실이다. 전략 컨설팅회사 가운데 ADL(대표 정태수)과 부즈앨런&해밀턴(장종현)이 있고 IT(정보통신).종합컨설팅업계에선 액센츄어(한봉훈) PwC컨설팅(최영상) KPMG컨설팅(고영채)등을,인사컨설팅업계에선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김기령)과 타워스페린(박광서) 등을 각각 들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 전략업체인 맥킨지와 모니터,IT.종합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컨설팅 등은 본사에서 파견한 외국인 지사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절충형으로 교포들이 지사장을 맡고 있는 경우로는 베인&컴퍼니와 AT커니가 대표적이다. 완전한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으로 가는 과정에서 "한국인-외국인-교포" 등의 3색 리더십이 정립(鼎立)하고 있는 형국이다. 외국인 지사장 체제의 대표는 맥킨지.이 회사는 90년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본사에서 파견한 인사들이 경영을 맡아왔다. 현 지사장인 도미닉 바턴은 캐나다 출신으로 5년전 한국에 부임했다. 바턴 지사장 이전에도 맥킨지는 다다키 지구사,짐 비머스크,로버트 펠튼 등 본사 파견인들이 바통을 이어왔다. 모니터의 경우는 교포와 외국인이 번갈아 대표를 맡았던 케이스. 99년부터 한국지사를 운영해온 마틴 켈더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미국 본사의 아태지역 임원인 톰 크레이그가 겸직했던 한국 지사를 이어 받아 새롭게 키운 주인공이다. 이전에는 재미교포인 김형범(90~96) 박경성(97~98) 씨가 모니터를 이끌어왔었다. 딜로이트컨설팅은 현지화 작업을 차근차근 밟아오는 중이다. 한때 이사급 이상 가운데 4명이 외국인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사 이상 23명 가운데 스티브 필척 지사장만이 외국인이다. 미국 국적을 가진 교포들은 다국적 컨설팅회사를 국내에 소프트랜딩시키는데 적임으로 꼽힌다. 현재 베인&컴퍼니의 3인 대표 가운데 2명인 신종원(톰 신) 이성용(써니 이) 씨는 90년대 AT커니 한국 지사를 만든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최근 인사에서 프랑스인인 베르트랑 프앙토 전 대표에 이어 대표로 선임됐다. AT커니는 교포인 정영환 지사장이 일본인 케이지 미야키 씨에 이어 올초부터 키를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의 방침에 따라 다양한 현지화 방식이 실험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인들이 대표를 맡는 체제가 정착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BCG나 베인의 경우 외국인 대표 체제가 끝난 셈이지만 복수 대표 체제를 택하는 등 본사가 완전하게 믿고 맡기는 단계까지는 아직 못 갔다"고 꼬집었다. 특히 한국 컨설팅 시장이 얼마나 성장세를 이어갈지가 다국적 회사들의 현지화 속도를 결정지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상황이 나빠질 경우 올초 철수한 캡제미니처럼 발을 빨리 빼야 하는데 그 경우 지나친 현지화는 운신의 폭을 좁힐지 모른다는 우려를 다국적 회사들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모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면 다국적회사에서 일하는 컨설턴트 기준으로 1천5백명 수준이 돼야 어느 정도 시장이 갖춰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1천3백명에 불과해 예상보다 느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 특수로 "반짝 성장세"를 보인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다국적 컨설팅업체들이 "진출"을 넘어 "정착"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3색 리더십" 가운데 어떤 모델이 가장 실행력이 높은 것으로 판가름날지 두고볼 일이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