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국적항공사 중화항공(CAL)이 유럽의 '에어버스'에서만 여객기를 구입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바꿔 미국의 보잉사에서도 다용도 항공기를 들여올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AL의 보잉 항공기 구입결정은 미국의 영향력 있는 상.하원 의원들이 천수이볜(陳水扁)총통에게 보잉기 구입을 독촉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후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인터넷판에서 CAL이 당초 계획에 없었던 8∼10대의 보잉 747-400 점보기 구매건을 금주중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몇몇 주요 미 의원들의 압력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CAL이 '에어버스'의 A330 항공기 12대 구입계획도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며 이는 미국과 유럽국 정부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유화조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CAL의 보잉 및 에어버스 항공기 구입비용은 각각 20억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CAL측은 신형 보잉 747기 구입방침이 사실임을 확인했으나 정치적 압력설은 부인했다. CAL이 지난 7월 A330 구입방침을 보잉사와 에어버스에 통보하자 미 상원의원 16명과 하원의원 4명 이상이 천수이볜 대만총통에게 보잉 항공기 구입이 장차 미-대만관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암시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밝혔다. 미 의원들은 이 편지에서 천수이볜 총통에게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주도록 촉구했다. 미 상원의원들이 보낸 편지에는 보잉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면 이는 미-대만경제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보잉 항공기 구매는 특히 "미-대만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한층 높여줄 것"임을 강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인 헨리 하이드 의원(공화.일로노이주)은 별도의 서한에서 CAL이 에어버스 항공기를 살 경우 미 국내 관련업계에서는 향후 5∼10년간 3만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린링산(林陵三) 대만 교통부장은 항공기 구매결정은 전적으로 CAL의 소관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천수이볜 총통은 지난 7월말 보잉사 임원들 및더글러스 팔 대만주재 미국 대표와 만난 후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토록 하라고 내각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CAL 관계자들은 경제적 판단을 토대로 한 에어버스 A330 구입결정을 뒤집으려는 보잉사의 움직임을 알고 격노했으나 결국 에어버스와 보잉 양쪽의 체면을 모두 세워주는 쪽으로 절충한 것 같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2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이는 CAL의 보잉 747-400 발주는 보잉사 747 생산라인의 원활한 가동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잉사 747 생산라인의 수주잔고는 현재 47대로 줄어든 상태인데다 올들어서는 겨우 2대를 수주했을 뿐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