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지도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연차총회 마지막날인 29일 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주식시장 폭락, 중남미국가들의 경제위기 등으로 암울해진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IMF의 184개 회원국 대표들은 선진7개국(G7)의 국제금융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국가파산절차 개혁 등 권고사항을 승인했으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자국의 성장을 떠받치기 위한 개혁을 이행할 것을 다짐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특히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려는 국가들을 위한 파산 절차 개혁을 추진하자는 합의를 이룬 것이 최대의 성과라고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밝혔다. 이 합의는 감당할 수 없는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국가들이 파산선언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편 채권자들에게 상환조건을 완화하는 협상에 나서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만들어 시행하자는 것이다. 쾰러 총재는 이날 총회 폐막후 "우리는 세계경제에 대해 많은 것을 논의했다"면서 "불운과 침울은 없었고 경제회복이 계속되리라는 차별화된 분석과 일부 현실적인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고무됐다"고 말했다. 쾰러 총재와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는 세계인구의 15%가 세계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부국과 빈국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한편 선진국들이 빈국들의 농산물 등 수출품에 대해 시장개방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울펀슨 총재는 폐막연설에서 "더욱 평등한 세계의 추구는 장기적인 평화를 위한 것이며 군사력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느낌을 공유하며 그것은 무모한 낙관도 무모한 비관도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많은 일들을 앞으로 해야한다. 철학적인 설명을 그치고 각자의 할일을 진척시켜야한다"고 말했다. 연차총회에 참석한 각국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일본은 금융체제에 부담이 되는 악성 부채를 해결할 것 ▲유럽은 노동시장을 개혁할 것 ▲미국은 기업을 정화할 것 ▲IMF와 세계은행은 아르헨티나 같은 부채위기를 겪는 국가들을 위한새 파산절차의 세부사항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감당할 수 없는 부채 부담을 짊어진 국가들을 위한 파산시스템을 만들자는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입안할 계획이며 IMF는 내년 4월 정책결정위원회에서 관련 헌장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IMF는 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려는 국가들을 위한 일종의 국제파산법원을 설치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세계화 시위대는 이날도 워싱턴 시내에서 시위를 벌였으나 시위자들의 숫자가 적었고 압도적인 경찰병력이 삼엄한 경계를 펴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약2만명이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했으나 시위대는 수천명에 불과했고 이들은 소규모로 세계화 반대 피켓을 흔들며 곳곳에서 국지적인 시위를 벌였다.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세계경제 회복을 촉진시키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는 내년까지 연간 3-3.5%의 견실한 성장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본은 이날 은행권의 악성대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는 "우리는 자산의 엄격한 평가에 기초를 두고 악성대출의 처리를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일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회복의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은행들의 악성 대출 규모를 측정하기 위한 특별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MF와 세계은행의 다음 연차총회는 내년 9월 두바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