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가 30일부터 모든 교과 내용을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공개키로 했다. 연간 15만명씩 해외로 나가는 유학생은 차지하더라도 인터넷시대가 전개되면서 '지식시장'의 국경은 사라졌다. 우물안 개구리식 국내경쟁에 몰두해온 한국 대학들은 뉴라운드 개방시대를 맞아 교육시장을 완벽하게 열어야 하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송자 대교 회장,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장기원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지원국장(가나다순) 등 교육관련 전문가들을 29일 초청, 좌담회를 열고 '교육시장 개방-국내 대학의 대응전략'을 모색해 보았다. 좌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 참석자 > ◆ 토론자 = 송자 대교 회장,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장기원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지원국장 ◆ 사회 =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가나다순) ----------------------------------------------------------------- △ 이현청 사무총장 (사회) =한국 대학은 그동안 양적으로만 팽창했지 그에 걸맞은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 대입 정원 역전으로 국내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젠 교육시장 개방에 직면하게 됐다.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가. △ 이경숙 총장 =우리 대학은 그동안 말로만 '대학 위기'에 대해 걱정했지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소홀했다. 커리큘럼이나 교수 방법, 교육 환경 등 다각도의 측면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실무교육과 경력관리 및 취업지원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 교육의 구조도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점에 단순한 취업 정보만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젠 학생들의 진로 상담부터 경력 관리, 졸업생 리콜제 등을 통해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교육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 송자 회장 =교육 개방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답은 외국 학생을 많이 끌어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 즉 외국어에 대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의 외국어 실력으로는 국제적인 수준의 수업이 이뤄지기 힘들다. 대학도 18∼22세 젊은이들만 다니는 곳이 아니고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다닐 수 있는 평생학습의 장으로 변해야 한다. △ 장기원 국장 =무엇보다 대학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정이 어렵다보니 전임교원 의존율은 점점 떨어지고 시간강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커져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절대적인 교육 재정 규모를 늘리기 위해 정부에서는 내국세의 13%를 일괄적으로 받아 초.중.고등학교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처럼 대학에도 법인세의 일정 비율만큼을 떼어내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대학재정교부금제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 이 사무총장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것은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다. 절대적인 재정 규모도 문제지만 비효율적인 재정 운영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 송 회장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선 학교에서 '효율성'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경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 큰 잘못으로 인식한다. 이런 분위기가 제일 문제다. 교육도 똑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 더구나 이젠 교육 개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도 시장 원리에 철저히 따라가야 한다.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 도마위에 오른 것은 재벌들의 문어발.백화점식 경영이었다.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하버드대학도 단과대가 10개를 넘지 않는데 우리는 20∼30개를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많은 대학, 학부를 운영하려면 조폐공사에서 돈을 찍어낸다고 해도 감당을 못한다. 대학도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빼내야 한다. △ 이 총장 =적은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대학간 협력이 필수다. 한 예로 대학 도서관마다 똑같은 서적을 구입하는 것은 낭비다. 대학별로 도서관을 특성화해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절약이 될 것이다. 실험실습 기자재도 마찬가지다. 정부 차원에서는 단순한 재정 지원보다 대학이 자구책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대학에 대폭적인 자율권을 줘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대학의 특성에 따라서는 생선장사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에 파격적인 자율권을 주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소속회사인 하버드경영회사(HMC)는 금융 부동산 석유 등에 이르기까지 돈이 될 만한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는 곳이 없다. 대학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 이 사무총장 =교육관련 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너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예로 전공과목 학점수까지 법에 규정해 놓는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수학연한 규정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몇몇 대학은 5년만에 학.석사 학위를 수여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 장 국장 =자율과 창의, 효율성을 기본이념으로 한 1995년의 '5.31 교육개혁'으로 열린 교육과 평생학습 사회의 구현, 학습자 중심 교육 체제로의 전환이 이전보다 훨씬 많이 진척됐다고 보지만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는게 사실이다. 현행 법체계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학문적.산업적 수요를 반영해 대학의 학사 운영에 대폭 자율권을 줄 수 있도록 법 개정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겠다. △ 송 회장 =대학 총장이 누가, 누구를, 무엇에 대해,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면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현장에서 바로 책임지고 수요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교육 수요자들이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그 사람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 이 사무총장 =대학도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경영의 전문화와 행정 권한 분산에 따른 효율화 등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행정.경영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보는데. △ 이 총장 =대학 교직원 중에서 경영이나 행정을 전문화하겠다는 사람을 양성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미국은 30∼40대부터 총장에 지원,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 송 회장 =우리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총장 선거부터 없애야 한다. 대학 행정은 학교 경영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교육 프로그램은 교수들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정리=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