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자회사 제니스(Zenith) 덕분에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보상금을 타내는 `횡재'를 하게됐다. 29일 LG전자에 따르면 제니스는 미국 관세당국이 일본.대만TV업체들로부터 징수한 반덤핑 관세적립금 2천440만달러(2001년분)를 지난달말 지급받은데 이어 추가로 23만8천만달러(2002년분)도 타낼 예정이다. LG전자가 이처럼 거액의 관세적립금을, 그것도 미국 정부로부터 받게된 것은 외국 수출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인 반덤핑 관세를 미국내 피해업체들에게 배분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버드 수정법'(2000년 10월 발효)에 따른 것이다. LG전자 자체가 미국 기업은 아니지만 지난 99년 지분 100%를 인수한 자회사 제니스가 지난 70년대 이후 일본.대만업체들의 덤핑수출로 피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돼그 보상금으로 관세적립금 전액을 지급받은 것. 이 돈은 컨설팅 비용을 제외한 전액이 지분법 평가에 따라 올해 연말결산에서 특별이익으로 계상될 예정이어서 LG전자 수익성 개선에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95년 투자이후 연속 적자를 내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온 제니스는 다소나마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는게 LG전자 내부의 평가다. 주목할 점은 LG전자 통상팀의 공(功)이 돋보였다는 것. 제니스는 미국 전자.전기제조업협회의 준회원(Supporter) 자격으로 지난 71년 일본.대만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제소를 냈다. 30년이 지난 2000년 10월 버드수정법이 발효되자 미국내 전자업체 대다수가 관세적립금 분배를 신청했고 올 1월 제니스를 포함해 무려 22개사가 심사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중 제소당사자인 제니스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미국내에 법인(Legal Entity)을 두고 해당품목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심사요건이었다. 적자에 허덕이던 제니스는 99년 TV 조립.생산설비를 멕시코 멕시칼리에 매각했고 미국 본사는 디자인과 마케팅, R&D 기능만을 갖추고 있었던 것. 그러나 LG전자 협상팀은 미국 본사의 기능도 `넓은 의미의 생산'이라는 논리로 미국 관세당국을 설득했고 결국 LG전자만이 분배금 전액을 독식하게 됐다. 협상팀을 이끈 조정기 부장은 "방어 위주의 협상태도에서 벗어나 적극대응으로 회사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통상전략의 개가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실리위주의 통상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 악법으로 꼽히는 버드 수정법이 각국의 반발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까지 이어지면서 폐지 위기에 놓여있어 유사한 사례가 다시 생길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버드 수정법에 따라 지난 90년 중반 국내 D램업계를 상대로 반덤핑제소를 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천200만달러의 관세적립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