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조선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EU측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정부는 EU가 제소를 하더라도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가시적인 피해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최대한 우리측 입장을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 최종판정 최장 24개월 소요 = 정부는 EU가 종전과 달리 이달말까지 협상을 타결짓지 못할 경우 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던 만큼 한.EU 조선분쟁이 WTO라는 국제적 통상분쟁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이 경우 양측은 60일 가량 WTO 양자협의를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도 입장 조율이 되지 않으면 WTO 분쟁조정 패널이 구성된다. 패널은 보통 양측이 추천한 1명씩과 중립적 전문가 1명 등 모두 3명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제소내용에 대해 심의를 벌여 WTO 규정 위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제소에서 판정까지는 대략 9-12개월의 기간이 소요되고 WTO 판정에 불복, 우리가 재심을 요청할 경우에는 12-15개월까지 걸리며 패널판정 이행시한까지 포함할 경우 최종판정은 제소이후 21-24개월이나 소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EU 보조금, WTO에 맞제소 = EU는 지난 6월 각료이사회에서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10월부터 계약가액의 6%를 조선보조금으로 지급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EU가 선가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이는 직접보조금으로서 WTO 보조금 허용규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맞제소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홍기두 자본재국장은 "EU가 조선업종 구조조정을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고 있는 혁신보조금이나 지역개발보조금과 달리 선가연계보조금은 가격을 직접 보조하겠다는 것으로 WTO 보조금 규정에 위배된다"면서 "이 경우 WTO에 맞제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국장은 "다만 WTO 제소 이후에도 양자간 협상이 가능한 만큼 협상을 제안해올 경우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응할 계획은 있다"고 덧붙였다. ◆ 업계 피해 미미 전망 = EU 측이 WTO 제소를 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그동안 정부와 업계가 공동 대처방안을 강구해온 만큼 당장 우리 업계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WTO 제소시 패널 구성에서 최종 판정까지 대략 1년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고 또 8월말 현재 향후 2년간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수주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일감이 모자라는 사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보조금이 지급되더라도 영업활동이 다소 위축될 우려는 있겠지만 가격경쟁력 저하로 수주가 크게 줄어드는 결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EU가 2000년 말까지 9%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우리 업체의 수주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서 "EU 업체의 경쟁력이 우리에 크게 못미치는 만큼 보조금 지급이 수주에 당장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자부도 "WTO로 가더라도 우리 조선산업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정부와 업계가 여러가지 상황을 가정해 철저하게 준비중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