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주민들은 대부분 정든 집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운명도 모르고 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앞날을 모르는 신의주 주민'(Citizens in the dark over life in Korean SAR)이란 제목의 신의주발 기사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신의주의 기존 건물을 대부분 해체하고 주민들을 이주시키겠다는 양빈 행정장관의 계획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전혀 모른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에 젖어있어 강제이주에 거부감을 표시한 주민들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 신발공장의 리혁 기술소장은 "신의주가 특구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면서 "우리가 이 곳에 머무는지 여부는 국가가 결정할 문제이며 우리는 어떤 지침도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공장의 생산직 여성 노동자인 정유화씨도 "신의주가 특별행정구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병상이 7백55개로 신의주에서 가장 큰 병원의 부원장인 리상전씨는 "그렇다면 이주해야겠지요. 특구에서도 병원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병원은 아닐 겁니다. 이는 전적으로 고위 당국이 판단할 문제겠지요"라고 말했다. 신의주 정부 대변인인 홍길남씨는 "양 장관을 두번 만나 봤다"며 "양 장관이 국가를 발전시키기를 바라며 우리는 다른 국가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의주가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며 미국의 투자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SCMP는 "신의주는 전력이 부족해 밤만 되면 거리가 거의 암흑에 가까우며 다니는 차량들도 거의 없고 도로도 대부분 비포장도로"라면서 "지난 70년대 중국 도시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또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가 보니 40여명의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촛불 1개씩을 켜놓고 작은 바구니 속에 중국에서 수입해온 담배와 비스킷 음식 등을 담아 손님들에게 팔고 있었다고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