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순탄한 상승세를 이어오는 듯 했던 국내 경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8월중 산업활동동향"은 산업생산이나 도소매판매 등 외견상 경기지표들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기초 경기지표인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더블딥(2차 경기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양호한 경기지표는 기술적 반등일 뿐 지표로 본 8월의 실물경기는 매우 좋은 편이다.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 늘어났고 출하는 7.5% 늘었다. 평균가동률도 4개월만에 77%대로 올라섰다. 지난 2개월 동안 연속 뒷걸음질쳤던 설비투자도 1.3% 증가로 돌아섰다. 8월중 생산이 늘어난 것은 반도체(25%) 자동차(12.8%) 사무회계용기기(19%)의 생산이 증가한 덕분이다. 공장 출하가 늘어남에 따라 재고율도 69.3%로 낮아졌다. 건설수주는 8월 한달동안 65% 증가했다. 그러나 이같이 높은 증가율은 비교시점인 지난해 8월의 경기가 매우 나빴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은 경기사이클상 최저점이었다. 지난해 8월의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3.5% 감소했으며 산업생산은 -4.3%,출하는 -5.5%를 각각 기록했다. ◆경기하락 예고하는 경기지표 향후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와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모두 나빠졌다. 견조한 내수소비 증가와 수출 회복으로 인해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동행지수나 선행지수로 경기하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6개월 가량 동일한 추세가 지속돼야 한다"며 "3개월동안 경기관련 지수가 나빠졌다고 해서 하락국면으로 돌아섰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90년 이후 경기가 상승국면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연속 3개월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은 지난 93년 5월부터 8월까지 단 한번 뿐이다. 순환변동치가 3개월 이상 연속 하락한 나머지 세번의 경우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꺾였다. ◆걱정되는 더블딥 가능성 미국의 증시 불안과 이라크에 대한 공습 우려 등으로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경기마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올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 6월부터 경기가 확실하게 꺾인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국내 경기는 더블딥에 빠지게 된다. 더블딥은 장기간 하락했던 경기가 잠시동안 상승세로 돌아섰다가 다시 하락(2차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더블딥이 발생하면 경기가 돌아설 것으로 믿고 투자한 기업들은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