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7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은 여전히 '외줄타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거시경제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전년 동월대비로 표시되는 생산과 출하, 투자 등은 지표로만 보면 일견 '상승국면'으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이나 향후 전망을 뜯어보면 이같은 해석이 타당한지 확신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 긍정적 실물지표, 기술적 반등성격 강해 통계청의 집계에 따르면 8월중 생산과 출하는 작년 동월대비 각각 8.5%, 7.5%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두달 연속 마이너스 추세를 보이던 설비투자도 1.3%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치상으로 지난달과 비슷할 뿐 아니라 설비투자추계를 제외하면 올들어 실물경기지표가 고점을 기록했던 4,5월에 비해서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이후 수출 급감과 함께 산업활동지표가 본격 악화되기 시작한 뒤 비교대상인 지난해 8월 생산과 출하가 각각 -4.3%, -5.5%가 감소하고 설비투자는 -19.2%나 급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표들은 기껏해야 지난해 8월 수준을 소폭 넘어서거나 심지어 그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추세를 이어가다보니 수치상으로 증가폭이 크게 나오는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큰 셈이다. 또 반도체를 제외하면 생산증가율이 2.3%에 불과해 전체 실물경기지표의 호조가 특정 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6.0% 증가세를 보인 도소매 판매액도 내수중심 부양책이 본격 효과를 나타냈던 지난해 말∼올 5월 사이의 7∼8%대 증가세에 비하면 소비가 둔화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불투명한 경기지수 움직임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향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가 석 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지표중 기계수주액(전년 동월비 9.6%), 수출신용장 내도액(1.8%)을 제외하면 나머지 8개 지표가 모두 약세였다. 그간 내수중심 경기부양의 '선봉'역할을 했던 건설부문의 건축허가면적은 -20.2%를 기록했고 재고순환지표(-1.5%), 수출용 원자재 수입액(-2.0%) 등이 모두 하락해전체적으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진 146.5를 기록했다. 제조업 설비의 해외이전 탓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경제의 잠재생산력을 나타내는 생산능력지수도 두 달째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 공식판단은 '상승국면' 이같은 지표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의 공식적인 경기판단은 아직 "상승국면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생산,출하지표나 77%가 넘는 평균가동률, 그리고 하락 한 달만에 소폭 오름세로 돌아선 동행종합지수를 볼 때 현 국면은 '상승국면'에 해당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불안감과 이로 인한 유가급등 등 해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한국은행의 '돈줄 죄기'를 통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경기선행지수의 지속적 약세는 우리 경제가 '하강국면'에 근접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표상 경기는 아직 상승국면에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경기선행지수 등 예측지표가 6개월 이상 약세를 보인다면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며 공식판단에는 좀 더 관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