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미국경제는 상반기에 비해 상황이 나쁘다. 상반기는 미 기업 회계스캔들로 촉발된 금융불안이 세계 경제를 위협했으나,실물경기는 나름대로 회복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조업은 물론 미 경제를 떠받쳐 온 소비와 부동산 부문의 경기지표마저 뒷걸음질 치면서 세계경제에 더욱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악화되는 실물경기=최근 1주일간 발표된 미 주요 경기지표 9건 중 전달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지표만 경기선행지수 산업생산 신규주택착공 등 5건으로 절반이 넘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스티븐 위에팅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선행지수의 3개월 연속 하락은 미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8월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0.3% 줄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여 회복세에 접어들었던 제조업이 다시 침체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실적경고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퍼스트콜은 "실적경고가 팜 JDS유니페이스 등의 첨단기술 기업에서부터 알코아 같은 굴뚝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PDA(개인휴대단말기)업체인 팜은 6∼8월 매출이 예상치(최소 1억7천5백만달러)를 밑돈 1억7천2백30만달러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미 광통신장비업체 JDS유니페이스도 이날 "7∼9월 매출 전망치가 당초보다 10% 가량 낮은 1억9천만∼2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세계 최대 할인점 운영업체인 월마트는 9월 동일점포 매출이 종전 전망치(4∼6% 증가)의 하위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소비 위축 불안감을 낳았다. 부동산 경기를 반영하는 신규주택 착공 건수도 8월까지 3개월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더블딥에 디플레 우려까지=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미국의 실물경기 악화가 더블딥(짧은 회복 후 재침체) 우려를 낳아 미 증시는 물론 유럽 일본 등 세계 증시를 폭락세로 몰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퍼스트알바니의 수석투자전략가인 휴 존슨은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미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지 않더라도 겨우 모면하는 수준이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 경제가 디플레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이 공급과잉으로 디플레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초부터 더블딥을 경고하던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경기의 거품 붕괴로 미 경제가 일본식 디플레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