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의 백기웅 대표(43)가 24일 전격 사임했다. 백 대표는 이날 "벤처경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아 경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이며 대표가 먼저 물러남으로써 그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이정주 전무도 백 대표와 뜻을 같이 한다며 사임했다. 백 대표는 지난해 7월 오너인 권성문씨(42)가 국내 사업에 손을 떼고 미국 현지법인 KTB벤처스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권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를 맡아 왔었다. KTB네트워크는 당분간 이영탁 회장과 김한섭 총괄전무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 갈 예정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권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전망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이르면 1년 뒤,늦으면 2003년 6월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KTB네트워크 관계자는 "당장 권 회장이 귀국하지는 않겠지만 회사의 모습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KTB네트워크의 비상근 대표이사이기도 한 권 회장은 미국에서 새로운 사업방향을 구상한 뒤 귀국해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 강남의 사옥을 팔려고 부동산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KTB네트워크는 일찌감치 지난해 6월부터 구조조정을 해 왔다. 지난해 여의도 사옥 매각,게임단 해체,엔터테인먼트 부문 분사 등을 통해 총 2천7백50억원의 부채를 축소했었다. 2백40명이던 인력도 1백60여명으로 줄였다. 권오용 상무는 "경기침체가 상당기간 갈 것으로 예상돼 배수의 진을 치고 원점에서 모든 걸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백 대표의 사임이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 대표가 벤처경기의 장기침체를 경고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계선상에 있는 벤처캐피털이 대거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이날 현재 13개의 창업투자회사가 문을 닫는 등 벤처캐피털 업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