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7∼9일로 예정된 공적자금 청문회가 대선을 겨냥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당리당략에 밀려 연내 개최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는 23일 고위선거대책회의에서 "예비조사 단계부터 피감기관과 정부측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한 행태를 보이는데 제대로 된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다음 정권에서 좀 더 세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어려운 현 정국을 민주당이 돌보겠나,힘 빠진 대통령이 돌보겠냐"며 "통과의례식 국정조사는 아니함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남경필 대변인은 "이 후보의 발언은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연기하자는 것이 아니고 소극적 자세와 방해공작으로 임하고 있는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사실상 포기하고,다음 정권에서 국조를 계속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낙연 대변인은 "이 후보의 국정조사 연기 주장은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통해 더 내놓을 것이 없다는 판단과 한나라당 스스로도 공적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정이 작용된 것으로 본다"고 공박했다. 송영길 특위 간사는 "국회 본회의에서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합의한 사안을 한나라당 이 후보가 말 한 마디로 바꾸려고 한 것은 제왕적 후보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예정됐던 공적자금 국조특위 예비조사는 돌연 취소돼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7∼9일의 국정조사 청문회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