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북한의 신의주 특구에 비상한 관심을표명하면서 특구 구상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 파악과 북한 투자계획 점검에 들어갔다. 특히 기업들은 최근 북한의 경제체제 변화, 경의선.동해선 철도연결 착공식, 북.일수교 협상 재개 등으로 남북경협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신의주를 특구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 발표되자 이를 `상당히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투자보장과 투자범위, 인프라 구축문제, 경영권 확보여부, 기업인과 기술자의 자유로운 출입,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여부 등이 불확실한상황이어서 당분간 사태추이를 면밀히 관찰한뒤 분위기가 좀 더 구체화되면 투자에나서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의 남북경협 담당부서들은이날 대책회의 등을 열어 북한 신의주 구상의 의도와 문제점, 인프라 구축 전망 등을 논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내달 10일 남북경협위원회를 열어 신의주 특구 구상 및 개성공단 실무협의회 개최에 따른 기업들의 대북투자 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대체로 신의주 특구가 중국 및 화교업체의 투자유치를 염두에 둔 구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단 특구가 홍콩식으로 자리잡게 되면 우리 기업들도 경공업이나 여타 분야에서 대북경협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의주 특구가 궤도에 오를 경우, 우리 기업들의 임가공 사업의 상당수가 신의주 특구로 이전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동북지방에 나가있는 중소기업들도신의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의주 특구 초기에는 주로 중국이나 화교기업과의 제휴기업들이 동반진출 형식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LG 등은 비교적 위험부담이 적고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물류 창고 등에 투자한다는 복안이다. 이와관련,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전어패럴 신상복사장은 "평양을 중심으로 위탁가공 등 대북교역에 종사하고 있는 업체들 중에서 신의주 등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업체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이들도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신의주 특구 진출에 앞서 사전에 해소돼야 할 불확실성이 적지 않아 우리기업들의 본격적인 투자는 상당기간 뒤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북.미관계 불투명성에 따른 위험과 인프라구축여부, 특구구상에 대한 북한의 행정상의 뒷받침 등이다. 북.미관계가 계속 불투명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고조로 남북경제가 언제든지 위축될 수 있으며 특히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계속될 경우, 북한 생산제품의미국 수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신의주 항구가 압록강 하구에 위치해 있어 대형선박의 접안이 어렵고 항만부대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도 상당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기업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 나진.선봉 지역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비자보다 받기 어려운 초청장을 요구했던 것처럼 신의주 특구도 입법.사법.행정권을 독자행사한다 하더라도 투자보장, 경영 자율성, 기술자의 입.출국 및 신변안전등을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보장해 줘야 한다고 기업들은 덧붙였다. 삼성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계속될 경우 신의주 특구에서생산된 제품의 미국 수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아직은 불투명한 부분도 많고 리스크도 적지 않아 투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경련 동북아 센터의 이성환 소장은 "우리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북한투자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언제든지 출발할 준비는 갖춰져 있다"라고 전하면서도 "북.일 수교문제, 신의주 지역의 인프라 구축상황, 구체적인 법령 및 행정관행 수립현황 등을봐가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