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생산 및 소비국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 회담에 뒤이어 오사카에서 속개된 국제 에너지 포럼에서 유가상승 책임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미국을 비롯한 석유 소비국들은 OPEC가 산유량을 고수함으로써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한데 반해 산유국들은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 '시장외적' 요인이 주요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OPEC의 쿼터초과 생산 등 현실적인 수급상의 문제가 가격을 왜곡시키는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OPEC는 오사카에서 지난 19일 석유장관 회담을 열고 올 3.4분기 산유량을 고수키로 결정한 바 있다. OPEC의 현재 공식 산유량은 하루 2천170만배럴이다. 모두 70개국이 참가해 21-23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이번 에너지 포럼에서는 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일본, 중국 및 한국 등 이른바 `아세안 플러스 3'가 22일 실무오찬 형식으로 첫 석유 회동을 갖고 공동대처 방안을 협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석유비축 확대 등 5개항에 합의했다. 포럼에 참석한 유럽연합(EU)의 로욜라 데 팔라치오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유가 상승 때문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 위협)만을 비난하는 것은 단순한 논리"라면서 "이 외의 변수들도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보다는 근본적인 수급 상황을 정확히 체크해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OPEC의 증산이 필요하다는 간접적인 압력이다. 그는 포럼에서 석유 생산.소비국간에 "솔직한 견해"가 교환됐으나 여전히 적정유가를 둘러싼 이견이 크다고 시인했다. 브라이언 윌슨 영국 에너지장관은 "단지 산유량을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쿼터초과 생산과 비축 물량을 경쟁적으로 늘리려는 일부 선진국의 사례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OPEC가 하루 150만배럴가량을 초과 생산하고 있는 현실과 이라크가 유엔을 통하지 않고 일부 석유를 더 수출하고 있는 것 등이 유가를 왜곡시키는 요인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OPEC의 알바로 실바 칼데론 사무총장은 "전쟁 불안을 촉발시키고 있는 쪽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지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반박했다. OPEC 관계자들은 현재 유가에서 2-4달러 가량이 이라크 전쟁발발 우려로 인한 `할증금'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선진 석유소비국들이 바람직한 유가를 22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면서 "산유 비용이 배럴당 12달러 가량이며 여기에 10달러의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합당하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유가는 현재 29달러를 웃돌고 있다. 소식통들은 이번 포럼에서 비축유 확대 문제도 주요 이슈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들은 EU가 미국의 2.7배에 달하는 15개 회원국의 전략비축유를 하나로 묶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경우 아세안이 공동석유비축 방안을 모색하는 초기 단계이며 인도도 국가 안보를 위해 석유를 본격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역시 비축유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움직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는 현재일본과 한국만이 유사시를 대비해 다량의 석유를 확보하고 있다. 한편 포럼을 기해 오사카에서 21일 공개된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호주, 일본 및 뉴질랜드가 오는 2030년까지 석유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오사카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