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10년물 국채입찰이 사상 처음으로 유찰된 것은 일본 경제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입찰에서 투자자들은 국채매입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국채수요가 공급을 1백50% 정도 초과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게다가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 19일 증시부양을 위해 민간은행들이 보유한 기업 주식중 4조엔 어치를 매입한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심리는 오히려 얼어붙고 있다. 여기에다 외국자금이 일본 자본시장에서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이른바 "사요나라 니폰(안녕 일본)" 현상이 계속되면 금융불안이 확산되고,엔화가치 및 주가가 상당기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왜 유찰됐나=일본 국채를 사봤자 이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10년물 일본국채의 발행금리는 연 1%를 간신히 넘고 있는 반면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국채는 3%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채권가격이 높아)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일본국채의 최대 수요처인 일본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도 원인이다. 바클레이캐피털의 존 리처즈 채권시장 전략가는 "국채 발행이 유찰됐다는 것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챙피한 일"이라며 "15개 대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밝힌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도 국채매각 실패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엔 약세 지속 전망=일본 경제에 대한 흥미를 잃은 외국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엔화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어 엔화 가치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엔저(低)를 용인하고 있어 앞으로도 엔화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뱅크사라신의 잰 포저 외환리서치 팀장은 "불경기를 벗어나려는 일본 정부의 어떠한 정책도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백25엔을 넘어 1백30엔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증시가 일본 중앙은행의 증시개입 발표로 급등세를 보인 지 하룻만인 20일 1.95% 폭락한 사실도 엔화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